노무현주의자의 사명, 박정희의 망령을 퇴치하는 것...서프라이즈 펌...
먼저 읽어야 할 글: 노무현, 조국 근대화의 '아버지'☜ ⓒ 새틀 newframe.org
대한민국은 봉건사회?
대한민국은 근대시민과 봉권신민이 혼재된 과도기적 사회이다. 내가 매우 좋아하는 언어철학자 박병철은 대한민국 사회를 봉건사회로 규정했다. 아직 봉건사회인 대한민국에 근대적 대통령이 출현했다. 그러나 우리 사회는 그를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 이 점에서 “노무현 대통령은 시대정신이 낳은 미숙아”라는 표현은 정확한 말이다. 나는 그의 시각에 동의한다.
대한민국이 봉건사회라는 그의 주장은 메타포 그 이상이었다. 근대정신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문화가 실제로 한국 사회를 지배하고 있다. 요모조모 따지는 것을 싫어하고 시시비비를 가리는 것도 싫어한다. 논리적으로 자기주장을 펼치는 사람에게 “말은 잘 한다”면서 비아냥댄다. 이명박 전 시장은 "10년 동안 나라살림이 어려워진 건 일 잘하는 지도자가 아니라 말 잘하는 지도자를 만났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말 잘 하는 것을 일 잘 하는 것과는 완전히 무관한 것으로 취급하고 있다.
기성세대에게 “말 잘 한다”는 것은 비하의 뜻이 담겨 있다. 아무리 주장이 옳고 논리적이라 하더라도, 말하는 사람의 태도를 문제 삼아 그의 주장 전체를 매도해 버린다. 유시민의 태도를 빌미로 그의 내용 전체를 거부하는 사람이 한둘이 아니다. 말은 참 잘 하지만 싸가지가 없다는 것이다. 이 무슨 비합리적이고 전근대적인 비토인가! 이것이 현재 대한민국의 정서이고 전근대성 그 자체이다.
박정희의 망령에 사로잡힌 대한민국
대한민국의 다수 민중들은 말의 정치를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 웅변보다 침묵을 높이 사고, 의사소통보다 과묵한 추진력을 좋아하고, 내용보다 자세를 중요시한다. 노무현 대통령이 국민에게 저평가 받고 있는 이유는 간단하다. 국민에게 죽는 소리하는 노무현은 완전히 병신 같은 대통령이다. 말이 많다는 그 하나만으로도 인기가 곤두박질이다. 말없이 언론 조지면 되지 불평만 한다고 핀잔을 준다. 야당 하나 통제하지 못한다고 깔본다. 이것이 대한민국 국민들이다.
아직도 봉건군주 박정희를 마음의 대통령으로 모시고 있는 것이다. 박정희의 망령에 사로잡혀 있는 것이다. 언론인, 경영인, 정치인, 관료, 교수, 지식인, 종교인할 것 없이 대한민국의 주류들은 모조리 봉건군주를 마음에 담아 놓고 있다. 그들이 일체가 되어 노무현을 비난하고 박정희를 숭상한다. 노무현의 탈권위를 "대통령답지 않은" 행동이라 비난한다. 저렇게 해도 우리 사회가 유지될까 걱정하고 있다. 사실은 봉건체제의 붕괴를 두려워하는 것이다.
주류 좌파들도 노무현의 “가벼운 입”을 비난하는 데 동참하고 있다. 그들은 마음에 수령이 있거나 강철투사를 모시고 있다. 대한민국 주류 좌파들은 시민들의 자발적 프로슈밍을 촉진하는 데 계속 실패하고 있다. 시민들의 생산적 참여를 촉진하기보다 민중을 이끄는 선구적 투사가 되려 한다. 그러니 민중의 귀를 즐겁게 하는 데는 수구반동과 뜻을 같이 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니 그들에게는 진실보다는 선동이 더 중요하게 되는 것이다.
올해 초 국민일보의 조사에 따르면 57%의 국민이 대한민국 역사상 가장 위대한 대통령으로 박정희를 꼽는다. 심지어 자칭 ‘진보적인’ 국민조차도 절반 정도가 박정희를 최고의 대통령으로 여기고 있다. 박정희는 협박, 폭력, 고문, 긴급조치, 유신 등 온갖 수단을 동원하여 자기 의지를 관철하는 봉건군주였다. 박정희를 찬양하는 57%는 그 강력한 추진력이 주식회사 대한민국을 이끌어나가는 가장 매력적이고 효율적인 리더십이라고 무의식중에 믿고 있다. 봉건신민의 정신에 충실하고 있는 것이다. 능동적 혁신 정신과 민주적 자발성은 오히려 장애물에 불과하다. 정말이지 죽은 박정희는 살아있는 우리들보다 더 팔팔하고 더 강력하고 더 무섭게 대한민국을 지배하고 있다. 그러나 그것은 악령이다. 퇴치해야 할 악령이다. 그것을 퇴치하지 않으면 선진화는커녕 근대화도 불가능하다.
대한민국에서 진보는 박정희의 망령을 퇴치하는 것
나는 대한민국 진보의 위기는 불량의견과 불량정치의 만연이라고 주장했다. 박병철 선생은 위기가 봉건문화에 있다고 주장했다. 나의 해결책은 시민들이 정치적 프로슈밍(생산소비활동)을 통해 불량품을 시장에서 축출하는 것이다. 나는 지금 프로슈밍 중이다. 불량의견을 의견 시장에서 축출하고 불량정치를 정치에서 몰아내기 위해 의견을 생산하고 정책을 생산하고 있다. 이것이 내가 할 수 있는 한 걸음의 진보이다. 블로고스피어에서 조금씩 성장하고 있는 블로거들의 한 걸음 진보가 대한민국 진보의 새 동력이라 믿는다. 그들이 특권 봉건영주들에게 돌을 하나 둘 던지고 있다.
박 선생의 해결책은 봉건문화를 와해시킬 모멘텀을 비축하는 것이다. 서구에서는 시민혁명을 통해 봉건문화가 해체되었다. 그러나 갑오농민전쟁은 실패했고, 815 전후 자생적 해방군의 한반도 진주도, 민중에 의한 좌우합작도 무산되었고, 4월항쟁과 5월항쟁은 쿠데타로 진압되었고, 6월항쟁도 양김의 분열로 미완의 시민혁명으로 끝났다. 최초의 여야 정권교체는 근대적 시민들의 힘이라기보다 지역연합으로 따내었다. 봉건문화는 조금씩 균열이 가고 있지만, 결정적인 해체는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다. 우리 사회에 뿌리 깊이 박힌 전근대성은 아직도 우리의 생활양식과 담론을 지배하고 있다. 박 선생은 결정적 계기가 있어야 한다고 믿고 있다. 그러나 그 스스로도 그것의 도래에 회의적이다. 다만 차근차근 교육을 통해 근대성을 확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을 뿐이다.
봉건문화를 와해시키는 데 가장 큰 기여를 한 사람이 있다면 나는 주저 없이 노무현을 꼽는다. 그래서 나는 당당하게 ‘노빠’를 자칭한다. 노무현주의자들은 두 번째 근대적 대통령을 선출하기 위해 프로슈밍 중이다. 주류 언론의 의견상품을 검증하고, 불량의견을 불매하고, 우량의견을 생산하고 있다. 주류 정치인의 정견을 검증하고, 불량정치와 정견을 불매하고, 우량정치를 생산하고 있다. 노무현을 잇는 제2의 근대적 대통령이 선출되어 한 번 더 대한민국의 봉건문화에 철퇴를 가해 주기를 바라고 있다. 이것이 노무현주의자들 소위 노빠들이 내딛고자 하는 큰 걸음의 진보이다. 골리앗 같은 봉건적 주류문화의 전복을 꿈꾸는 그 근대적 시민들에게 찬사와 희망을 보낸다. 나는 그들이 대한민국에서 진정한 진보라고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