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름...

박정희스러움과 한나라당스러움

keany 2007. 6. 29. 07:47

동문회 게시판에서 나름대로 힘겨운 논쟁을 8 개월여 동안 해 왔습니다. 좋은 네트워크도 얻었고 많은 것을 느꼈습니다. 글쓰기에는 잃는 것보다 얻는 게 많다는 걸 확인했습니다. 가장 인상깊은 일은 우리의 공동체에는 박정희스러운 일과 한나라당스러운 일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고 있음을 알았다는 겁니다.

 

박정희스러운 건 무엇일까요? 제가 볼 때 그것은 절차적 정당성을 쉽게 무시하고 일을 추진한 후 반발이 생기면 유교적 권위, 특히 교조화된 가부장적 권위와 장유유서의 질서에 의존하여 약자와 소수를 무시하고 강압적인 방법을 사용하는 것입니다.

 

당연히 전두환스러움은 박정희스러움의 또 다른 발현일 뿐이며 두 번의 쿠데타는 모두 이러한 정신에서 나온 것입니다. 학생운동을 뿌리 뽑기 위해 조작해낸 인혁당 희생자를 이의제기할 시간도 주지 않고 죽인 것과 부일장학회를 빼앗아 자식들에게 물려준 것이 박정희스러운 행적의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제가 직접 겪은 것은 동문회가 한 후배와 맺은 계약을 일방적으로 파기하고 그간 그가 기여한 부분을 전혀 보상해 주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제가 절차적 정당성을 회복할 것과 후배가 손해보는 일이 없도록 할 것을 지속적으로 주장하였으나 회장을 비롯한 집행간부들은 박정희스러운 방법으로 일을 마무리하였습니다.

 

한나라당스러운 건 무엇일까요? 제가 정의해 보면 사실관계와 진실에 승복하지 않고 어쨋든 자기들이 이겨야 하고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그들에게는 아무리 올바른 주장이라 하더라도 자기들 맘에 들지 않으면 사실관계건 진실이건 모두 중요하지 않습니다.

 

제 고교 선배 가운데는 중앙정보부가 타살한 최종길 교수님이 있습니다. 동문회 자유게시판에 그 분을 기리는 글을 올렸더니 어떤 선배가 그 분이 무슨 민주화운동을 했느냐며 반박하길래 인터넷에서 찾아 올렸습니다. 그랬더니 어쩔 수 없이 인정은 하면서도 세상에 정치공작이 많다느니 하며 토를 다는 것이었습니다.

 

또 한 번은 조선일보가 거짓 보도한 내용을 올렸더니 다른 선배가 이런 저런 딴지를 걸더니 나중에 자기들이 이길 것이니 두고 보자는 말로 댓거리를 하는 것이었습니다. 요컨대 분명한 팩트라 하더라도 불리하다고 생각하면 전혀 감안하지 않고 자기들이 옳다고 끝까지 우기는 것을 저는 한나라당스러움이라 하고 싶습니다.

 

정부가 제출한 법률안들을 몇 년씩이나 계류시켜 놓고 대통령이 국회에서 발언할 수 있는 헌법적 권한마저 무시해버리는 한나라당이 지배하고 있는 국회가 이 나라 발전의 가장 큰 걸림돌이라는 게 요즈음 네티즌들의 중론입니다. 이 나라가 선진화의 변곡점을 확실히 찍으려면 박정희스러움과 한나라당스러움을 반드시 극복해내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미리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