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漢)나라에도 위장전입이 있었다...서프라이즈 펌...
2007년 7월, 서울시청 앞 잔디밭에 마련된 특설전시장에서 중국 한(漢)나라 시대의 각종 범죄수법을 집대성한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이 전시장(展示場, 혹시 선간위가 오해할까 싶어 특별히 강조하는데 여기서 말하는 ‘이 전시장’은 이명박 前 시장 절대 아니다. 위에 전시장 한자로 써 놓은 거 보이지?)은 한나라 시절의 각종 비리 및 범죄를 전시하고 있는데 관람객들은 몇 천년 전에도 현재 자행되고 있는 각종 범죄와 비슷한 범죄가 행해졌다는 사실에 경악을 금치 못하고 있다.
전시장의 구조는 전체적으로 다마네기 모양으로 구성되어 있다. 다마네기 가장 바깥 껍질 부분에 제1전시장이 위치하고 있으며 껍질을 하나하나 벗기고 들어가면서 제2전시장, 제3전시장이 차례대로 나타나는 구조로. 전시장 입구에는 지금은 폐허가 된 황하강과 양자강을 잇는 대운하 바닥에서 발견된 삽 한 자루가 전시되어 있는데 얼마나 삽질을 해댔으면 삽날이 거의 남아있지 않아 세월의 무상함을 보여주고 있다.
제1 전시장 제1 전시장에는 당시 선거와 관련된 각종 비리수법이 전시되어 있다. 당시 한나라에는 현재 국회의원과 비슷한 일을 하던 ‘국해의원’을 선출했는데 이들은 막강한 권한을 휘둘렀고 이 때문에 선거 과정에서 각종 비리가 횡횡했다. 이 전시장에는 당시 선거에 나선 후보자들의 각종 범죄 수법들을 전시하고 있다. 가장 보편적인 위반수법은 정해진 한도 내의 비용을 초과해서 사용하는 경우였지만 위증교사나 증인도피 같이 다른 전시장에는 찾아보기 힘들고 이 전시장에서만 볼 수 있는 전시물도 다수 있었다.
국해의원 제도는 한나라 2대 황제 시절 만들어졌다. 한나라의 시조인 한 고조 유방에게는 아들이 없어서 후계자 문제로 여러 명이 물밑에서 경쟁을 했다. 이때 유방의 친척 중 삼척성 출신의 한 사람은 자신이 후계자가 될 수 있도록 유방을 뒤에서 잘 주물러 후계자가 되었는데 이 사람이 국해의원 제도를 만든 2대 황제 연희제다.
제2 전시장 제1 전시장을 지나 다마네기를 한 꺼풀 벗기고 들어가면 제2전시장이 위치하고 있다. 제2전시장에는 주로 부동산과 관련된 범죄 수법들이 전시되어 있다. 이 전시장에서 가장 다양한 전시품을 진열하고 있는 전시장 가운데 하나로 다양한 위장전입 사례가 전시되어 있다. 당시 한나라에도 교육열이 대단했었던지 장안 시내의 유명한 서당에 전입시키기 위한 위장전입, 교육을 핑계로 한 투기목적의 위장전입 등 다양한 사례가 전시되어 있다.
투기와 관련된 전시물도 눈에 띄는데 이 전시장에만 있는 사천성 땅투기 자료는 이 전시장이 자랑하는 유물이다. 당시 한나라 황실에서 추진한 장안에서 사천성으로 천도 계획을 미리 입수한 이가 사천성 땅을 구입했지만 천도 계획이 백지화되자 친척에게 명의를 이전하는 등의 과정이 자세하게 기록되어 있어 당시에도 현대적인 개념의 땅투기가 성행했다는 증거가 되고 있다. 이외에도 당시 장안시장과 그의 친척이 연루된 땅투기 사건 등 각종 땅투기 관련 자료가 전시되어 있다.
제3 전시장 다마네기를 다시 한 꺼풀 벗기고 들어가면 제3 전시장이 나온다. 이 전시장에는 당시 점포들의 가치를 시세보다 뻥튀기해서 조작하고 이를 되파는 수법으로 선량한 백성들에게 피해를 입힌 사건에 대한 자료가 전시되어 있다. 이 자료를 보면 현재의 주가조작과 비슷한 수법으로 점포가격을 조작하는 과정이 자세하게 수록되어 있다.
제4 전시장 다마네기를 또 한 꺼풀 벗기고 들어가면 제4 전시장이 나온다. 이 전시장에는 당시 군역을 피하기 위한 다양한 수법들이 전시되어 있다. 군역을 회피하기 위한 가장 전통적인 방법은 군역대상자들을 판정하는 판정관을 매수하는 방법인데 자료 중 거의 사회생활이 불가능할 정도로 건강이 안 좋아 면제가 된 어떤 백성의 자료가 눈에 띈다. 이 전시장을 찾았던 관람객들은 면제판정 후 힘든 농사일을 거뜬히 해치우고 초인적인 체력을 보였다는 이의 자료를 보며 면제 판정을 받았다는 사실이 도저히 믿어지지 않는다며 혀를 찼다.
제4 전시장 옆에 마련된 특설전시장에는 당시 병역면제자의 미이라가 전시되어 있어 관람객들의 눈길을 끌었다. 6척이 넘는 기골이 장대한 성인 남자의 미이라였는데 그의 군역 기록부에 적힌 몸무게가 45kg이라는 사실을 보고 이 전시장을 찾은 관람객들은 대부분 실소를 금치 못했다.
제5 전시장 다마네기를 또 한 꺼풀 벗기고 들어가면 제5전시장이 눈에 띈다. 이 전시장은 미성년자의 출입이 제한된 19금 전시장인데 당시의 성접대 범죄에 대한 자료를 전시하고 있다. 당시 사초를 기록하던 사간들을 기방에 초대하여 접대를 하고 기생들을 딸려 성접대까지 제공한 사건에 대한 자료가 전시되어 있다. 역사를 기록하는 사간의 신분으로 이러한 접대를 받은 자들의 천박한 붓끝에서 나온 역사가 필연적으로 왜곡될 수밖에 없다는 점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이 전시장은 현재 제5 전시장까지 개방되어 있지만 제5 전시장 안쪽으로도 끝없이 다마네기 껍질이 늘어서 있다. 이 전시장 전직 관계자의 말에 의하면 다마네기 중심부에도 미공개 유물이 다수 있는 것으로 확인됐는데 빨리 전체 유물을 공개해서 비리종합선물세트의 완성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이 전시장 책임자의 발언으로 미루어 빠른 시간 안에 다마네기 전시장의 나머지 부분에도 관람객들의 발길이 미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에서는 이 전시장에 전시된 자료들이 대부분 위조됐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전문가들의 의견은 대체로 위조는 아닌 것으로 모이고 있다. 이 전시장을 둘러본 대부분의 관람객은 과거 한나라 시대의 비리수법이 현재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며 놀라는 표정이다. 특히 멀리 정수성에서 버스 3대를 임대하여 단체관람을 온 계두회(鷄頭會) 회원들은 이 전시장을 모두 둘러본 후 한목소리로 이 전시장의 수법들을 성토하며 삼삼오오 모여 정수성행 버스에 올랐는데 버스 이름이 상당히 독특했다. ‘니나개나’, ‘똔똔’, ‘다이다이’
이 전시장의 관람객 추이를 보면 초반에 찾는 이가 많아 인기가 높았지만 점차 하향 곡선을 그리는 추세인데 특히 이 전시장을 관람한 관람객들에 의해 비난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자칫 범죄를 미화할 소지가 있을 뿐 아니라 모방범죄의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기 때문인데 점차 이런 의견에 힘이 실리고 있다. 이에 따라 이 전시장은 전시를 중단하기로 결정했으며 전시된 비리종합선물세트 유물들은 폐허가 된 황하-양자강 운하 바닥에 삽과 함께 봉헌하여 폐기함으로써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예정이다.
전시장 출구의 다마네기 껍질에 쓰인 " 이 전시장에 전시된 유물 중 제 명의로 된 유물은 하나도 없습니다."라는 뜬금없는 문구는 당시 유물을 출토하면서 같이 발견됐다고 하는데 수많은 역사가가 오랜 기간 동안, 이 글의 진의를 파악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아직도 비밀은 풀리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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