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담(濃淡)...

내가 살아있는거야?

keany 2010. 3. 27. 14:28

어제... 집으로 오는 길에... 사고가 있었어...

앞차와의 충돌을 피하려고 옆으로 나도 모르게 방향을 틀었는데...

옆에 더 큰 차가 오고 있었던 거야...

 

그때 난 멍하니 무슨 생각에 빠져있었던 걸까...

생각이 안나...

뭔가 생각에 빠져서 앞차가 급정거하는 걸 미처 모르고 있다가 그랬는데...

 

어쨌든...

자칫하면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었는데... 무슨 운명인지 가벼운 접촉사고 수준으로 차가 찌그러졌을 뿐이야...

 

정작 나보다 그 덤프트럭 아저씨가 더 놀라셨더라구...

난  쫌 놀라는 척 했을 뿐이야...

 

지금 생각해봐도 웃기는 건...

난 전혀 놀라지도...떨리지도 않았다는 사실...

 

덤프트럭아저씨는 속력이 조금만 더 높았어도 내차는 그냥 그대로 연아김의 공중돌기처럼 돌다가 나가떨어졌을거라고 놀란 가슴을 부여잡고 얘기하시는데...

그랬으면...난 지금쯤 어디에 있을까?

아마 죽었을지도...

 

근데 전혀 무섭지도... 떨리지도... 않아...

너무 덤덤한 내모습이 그 아저씨한테 이상하게 보일까봐...조금 놀란 척 했을 뿐...

 

난 계속해서 현실과 꿈속을 함께 지나는 사람처럼...

그렇게...그냥... 살고 있나봐...

 

살아도 산 것인지... 죽어도 내가 죽었다는 걸 깨닫고 있지 못하는 걸지도...

 

 

불쌍한 내차는... 옆구리에 덤프트럭의 흔적을 달고 열심히 달리고 있어...

빨리 죽여주는 게 그녀석에게 오히려 감사한 일일지도...

쉬고 싶을지도 모르잖아...

자꾸 찌그러지고... 긁히고... 달리느라 지쳤을지도 모르잖아...

넌 쉬고 싶을지 모르는데 난 아직 널 못보내주네..

 

조금만 더 달려주라...

니 주인이 아직은 좀 돈이 없다... ㅡ,,ㅡ

 

 

***

 

 

이젠 깨끗하고 연약한을 읽기가 두렵네...

이렇게 가슴을 짓누르는 느낌으로 눈물이 나게 하는 만화라니... ㅡ,,ㅡ

... Ryo Ikuemi...

만나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