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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대타협의 가능성,스웨덴 모델 분석...서프라이즈 펌...

keany 2006. 5. 24. 14:55
 

사회적 대타협의 가능성, 스웨덴 모델 분석  

사회적 대타협. 요새 주목받는 단어 중 하나죠.
모든 부문에서 양극화가 진행되다보니 이를 해결할 타개책으로 대타협 방식에 관심이 모아지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 대타협의 모델로 자주 거론되는게 스웨덴입니다. 발렌베리 가문, 잘츠요바덴 협약, 렌-마이드너 모델(연대임금제와 적극적 노동시장정책) 등등으로 특징지어지는 스웨덴의 대타협 모델은, 똑같이 따라할 순 없겠지만 시사점을 주는건 사실입니다.  

그래서 이 글은 스웨덴의 대타협뿐만 아니라 경제성장과 양극화를 동시에 해결하는 경제정책에 관해 알아보려고 합니다.
아시다시피 얼라가 경제에 대해 아는게 없는 문외한派 지만 걍 상식선에서 때려 맞춰 볼테니 태클은 불허, 질문은 엄금하겠습니다.  

월간 온오프 4월호에 보면 니미럴리스트 님의 "노무현 정권,발렌베리의 함정에 빠졌나" 란 글이 있습니다. 안 보신 분은 필독 하시구요. 제목에서도 보다시피 발렌베리 가문 모델에 대해 부정적으로 보는 글입니다.
 
이유를 요약하면 이렇습니다.
연대임금제는 자본의 양보라기 보단 고소득 노동자의 몫을 저소득 노동자에게 준 거다. 다시 말하면 자본의 몫은 그대로인 상태에서 노동자들끼리 제 살 깎아 먹는거다. 결국 이 제도는 자체의 한계로 인해 폐지됐다.
(그 외에 사회적 대타협이 지속적인 경제성장의 동력이 됐다고 보기 어렵다. 경제발전 단계가 다르다는 이유를 들었지만 구체적 근거는 들지 않았습니다.)
 
댓글을 보면 발렌베리 가문이 최근들어 경영실적이 부진하다는 내용과 삼성과 직접비교할 대상은 아니다. 잘츠요바덴 협약 이전에도 정권과 재벌의 거래가 있었다는 내용이 있지만 사회적 대타협과 스웨덴의 정책에 대한 결정적 내용은 아니므로 넘어가겠습니다. 스웨덴의 모델을 분석하면서 관련 내용이 조금 나올 수도 있겠군요.  

스웨덴에 관한 지표 몇 개
 

스웨덴의 1인당 GDP는 33,000달러(2003년 기준) / 2004~2005년 국가경쟁력 순위 3위 / GDP 대비 조세부담율 50% / 총예산 중 복지지출 59%로 세계 최고 수준 / 지니계수 0.24로 세계 2위 / GDP 대비 국가채무 49% / GDP 대비 공교육지출 6.3%로 세계 최고 수준   
위에 나열된 지표들을 보면서 우선 드는 생각은 졸라 부럽구나~  ㅡ,.ㅡ
하지만 자세히 보면 세금을 많이 걷어서 복지로 많이 지출하고, 그래서 소득분배가 잘 되면서 국가재정도 안정시키고 있는 걸 알 수 있습니다. 무식한 말로 '고부담-고복지' 모델이라고 하죠.  

그럼 스웨덴의 역사에 대해 좀 더 알아보겠습니다.  

1929년 검은 목요일을 시작으로 전세계에 몰아친 대공황은 북유럽의 가난한 나라에도 영향을 끼칩니다. 실업률이 폭등하던 1932년에 사민당이 집권하게 되죠. 아담 스미스의 '보이지 않는 손'과 자유방임경제가 실패한 후 좌파에게 기회가 간거죠. 좌파라고 하지만 당시 사민당은 사회주의 혁명노선을 포기한 실용주의 개혁정당이었습니다. 사민당은 미국이 대공황을 이겨낸 것과 유사한 방식의 재정팽창정책을 폅니다.

대공황의 시기에 극심한 양극화가 발생하고 노사분쟁 등으로 사회불안이 심해지자 노조연맹(LO)와 고용주협회(SAF)가 타협을 합니다. 우리로 말하면 노총과 경총이죠.
이것이 바로 잘츠요바덴 협약입니다.(이거 동네 이름이랍니다) 사실 스웨덴의 노사관계는 최악이었습니다. 1920년대 노동자 1인당 파업일수가 세계 1위였다고 하네요.

내용은 이렇습니다.  
경영자는 소득세 인상을 받아들이고 직장폐쇄를 자제하기로 양보하고, 노동자는 기업을 국유화하라는 마르크스주의적 강령을 포기하고 파업을 자제하기로 양보하는 겁니다. 또한, 임금교섭을 기업별로 혹은 산업별로 하는 것이 아니라 중앙조직인 노총과 경총에 맡겨 버렸습니다. 이로써 경영자는 임금인상을 제한시킬 수 있었지만 이로 인한 이윤을 재투자와 일자리창출에 쓰도록 강제당하고, 노동자는 임금인상은 제한되지만 복지지출이 증가하고 일자리를 보장받게 됩니다.  

서로 요구하던 것들 중 포기하기 어려운 걸 일부 포기하는 대신 다른걸 얻는 방식입니다. 지금 우리에게 많은 시사점을 준다고 봅니다.  

우선 우리는 타협의 문화가 빈약합니다. 하나를 양보하는 대신 다른 하나를 얻는 타협은 없고, 둘 다를 주지 않으면 협상은 없다는 식의 일방통행만 있죠. 정치에도, 노사간에도, 모든 사회 구석구석에 이런 문화는 뿌리박혀 있습니다. 수구든 진보든 똑같습니다. 이걸 노무현 대통령은 바꾸려고 하고 있는 겁니다. 물론 하루아침에 바뀌긴 어렵습니다. 하지만 기업과 노조가 이러한 대타협을 이뤄낸다면 우리 사회에 타협의 문화가 자리잡는데 기폭제가 될 수 있을 겁니다.  

마침 양극화와 국제금융자본의 위협이 노조와 기업 모두에게 다가오는 상황이라 대타협의 가능성은 남아 있다고 봅니다.  

이전의 글에서 밝힌 바와 같이 국제금융자본은 국내기업들의 경영권을 수시로 위협하고 있습니다. 이는 경영자에게도 위기일 뿐만 아니라 혹 경영권이 넘어가면 노동자도 일자리를 위협받게 되니 모두에게 위기라 할 수 있습니다. 또한 양극화가 진행됨에 따라 고소득 노동자와 저소득 노동자(또는 비정규직)간에 위화감이 조성됩니다.
이런 현재의 위기는 경영자와 노동자, 그리고 고소득 노동자와 저소득 노동자 사이에 양보와 타협이 이뤄질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합니다.


 



잘츠요바덴 협약의 정신은 렌-마이드너 모델로 이어집니다.

렌과 마이드너 두 명의 경제학자는 높은 실업률과 노사관계 악화, 수익성이 높은 기업과 그렇지 못한 기업간의 양극화와 그로 인한 고소득 노동자와 저소득 노동자 간의 분열로 어려움을 겪던 스웨덴 경제에 해법을 내놓게 됩니다.
 
핵심 내용은 연대임금정책적극적 노동시장 정책 두 가지 입니다.
 
우선 연대임금정책의 내용은 '동일노동 동일임금'을 골자로 합니다.
우리나라에선 한 기업 안에서 정규직 노동자와 비정규직 노동자가 같은 일을 해도 임금차별이 커서 이를 시정하기 위해 비정규직 법안이 만들어졌죠. 한 기업 안에서의 '동일노동 동일임금' 에 가까이 가는 방향입니다.
하지만 렌-마이드너 모델의 연대임금정책은 기업간, 산업간에 임금격차를 줄이는 방향의 '동일노동 동일임금' 입니다. 이런 식의 임금협상은 각 기업별로 협상하는게 아니라 노총이 경총과 일괄타결하고 각 기업의 경영진과 노조가 이를 수용하는 방식입니다.
 
적극적 노동시장정책은 말 그대로 노동시장에 정부가 적극 개입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직업훈련, 단기실업에 대한 보조, 해고방지, 직장 이동 보조 등을 통해 노동자가 일자리를 잃더라도 다른 직장을 빠른 시간내에 구할 수 있도록 하고 실직기간동안 생계를 보장하는 정책입니다. 이런 정부의 개입은 경기상승기엔 개입을 줄이고 경기하강시엔 개입을 늘림으로써 경기변화가 노동시장에 주는 충격을 완화하는 역할도 합니다.
 
그럼 렌-마이드너 모델로 자본과 노동은 어떤 이익을 얻게 될까요?
 
중앙 노조에 일임해서 임금협상을 하고 부문간 임금의 격차를 줄인다는 것은 전반적으로 임금상승을 억제시키는 효과가 있겠죠. 특히 동일노동 동일임금의 원칙은 상대적으로 고소득 노동자가 기꺼이 손해를 감수해주었기에 가능한 일입니다.
 
이런 연대임금정책은 산업구조의 개편을 수월하게 합니다. 예를 들어 같은 전자회사라 할지라도 수익을 많이 내는 회사와 수익성이 떨어지는 회사가 있습니다. 하지만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에 따라 두 회사는 비슷한 수준의 임금을 지불해야 합니다. 그럼 수익성이 낮은 회사는 인건비 부담이 상대적으로 커지게 되기 때문에 기술개발에 투자를 하거나 퇴출되게 됩니다.
 
반면 수익성이 높은 회사는 수익에 비해 상대적으로 인건비 부담이 줄기 때문에 경쟁력이 상승하죠. 이걸 인건비 착취로 볼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왜냐면, 이렇게 해서 얻은 초과수익은 기술개발기금이나 연금등 각종 기금으로 정부가 흡수함으로써 다시 기술개발과 복지에 투자되어 결국 노동자에게 혜택이 돌아가기 때문입니다. 또한 수익성이 낮아 시장에서 퇴출된 기업의 실업자들이 새로운 직장을 찾고 생계를 유지하기 위한 복지재정으로 사용됩니다. 또한 회사에서 받는 임금이 소득의 전부가 아니고 국가에서 주는 각종 수당과 연금이 있습니다. 임금이 약간 줄더라도 가계에 미치는 충격이 완화되죠.
 
이런 과정을 거쳐 산업구조가 개편되고 국가경쟁력이 상승하며, 노동인력의 재배치가 이뤄집니다. 또한 임금협상을 중앙노조에 일임하고 저소득 노동자들의 불만이 일정부분 해소됨으로써 노총의 대표성이 강화되고 가입률이 증가하여 노총의 정치적 영향력이 크게 증가하는 계기가 됩니다. 현재도 노조 가입률이 80%를 상회한다고 합니다. 물론 이런 높은 가입률의 이면에는 정부가 있습니다. 즉, 노조에 가입해야 퇴직연금이나 각종 사회보험에서 더 혜택을 주는 등의 방법으로 힘을 실어주고 노조가입을 유도하기 때문입니다.
 
렌-마이드너 모델의 또 하나의 목적은 완전고용입니다. 복지국가를 지향한다면 완전고용에 가까워질수록 유리합니다. 실업자가 많으면 국가의 복지재정 부담이 커지기 때문이죠. 동일노동 동일임금으로 인한 임금상승억제는 일자리를 보다 많은 사람이 나눠갖기 위한 조건이 됩니다.
 
이런 모델에 의한 산업구조개편은 특히 대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효과가 큰데, 이점이 정부와 자본간의 타협을 가능하게 하는 요인이 됩니다. 즉, 발렌베리 재벌가문은 정부와 노조로부터 기업지배권을 인정받고 산업구조 개편과 임금상승억제를 통해 보다 높은 이윤을 보장받는 대신 일자리제공과 기술투자에 힘쓰고 가족의 소득에 대해 최고 85%에 달하는 소득세를 납부하는데 동의함으로써 타협이 이뤄집니다.
 


ⓒ 좌회전

 
또 글이 길어졌네요.
스웨덴의 전반적인 경제와 복지정책에 관한 내용은 다음 글로 넘겨야 할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