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장이 옳다...월간 온오프 펌...
최근에 사법절차 혹은 제도와 관련하여 두
가지 논란이 일고 있다. 한겨레신문에 기고한 금태섭 검사의 ‘현직 검사가 말하는 수사제대로 받는 법’이라는 글을 둘러싼 논란과 이용훈 대법원장이
전국에 있는 법원을 순회하면서 판사들을 상대로 한 발언이 몰고 온 파장이 그 것이다.
금태섭 검사는 자신이 기고한 글의 첫 꼭지인
‘피의자가 됐을 때 차라리 아무 것도 하지 말라’라는 글에서 누구나 피의자가 되면 불안과 초조에 시달리게 되고 실수를 하게되니 진술거부권을
행사하고 모든 것을 변호사에게 맡기라고 조언했다. 피의자가 수사기관에서 꼭 진술거부권을 행사하는 것이 자신에게 유리한가 아닌가는 사안에 따라서
달라지겠지만 진술거부권이 주권자인 국민이 가지는 헌법상의 권리인 것은 너무도 분명하다.
헌법 제12조 제2항은 ‘모든 국민은
고문을 받지 아니하며, 형사상 자기에게 불리한 진술을 강요당하지 아니한다’라고 규정하고 있고 같은조 제4항에서는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명시하고 있다. 이는 또한 형사소송법상 관철되고 있는 원칙이기도 하다. 이러한 국민의 권리를 헌법과 형사소송법에 명시해 놓은 이유는 이 것이
항상 피의자보다 우위에 설 수밖에 없는 수사기관의 전횡을 막는 최소한의 안전장치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금검사의 글이 한겨레신문에
실리자 마자 논란이 벌어지고야 말았다. 검찰 일각에서는 ‘금검사의 글이 피의자 앞에 자신들을 발가벗기는 것이다 등뒤에서 총을 쏘는 행위다’라는
비난을 퍼 부었다. 한겨레신문이 취재한 바에 의하면 검찰 수뇌부는 금검사에게 기고를 중단할 것을 집요하게 요구했고, 급기야 금검사와 검찰총장의
면담이 이루어진 후 연재는 중단되었다고 한다.
검찰의 반응 중 가히 압권은 “우리는 어떻게 수사하라는 것이냐”라는 것이다. 나는
도대체 문명국가의 수사기관에서 이러한 반응이 나오는 것을 믿을 수가 없다. 피의자를 체포하는데 있어 체포의 근거를 대는 것은 수사기관의
의무이다. 불법적인 체포를 막기 위해서는 먼저 증거를 수집하고 그 증거를 바탕으로 피의자를 추궁해야 하는 것이 순서가 맞는
일이다. 과학적으로 증거를 수집하고 수집한 증거를 분석하고 종합하는 능력을 발전시키는 의무를 소홀히 한 채 자백에 의존해
쉽게 수사하려는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아니라면 이러한 반응은 나올 수가 없다. 그런데 적어도 검찰은 계속해서 이러한 관행에 빠져들 위험을 가지고
있다. 검사가 작성한 피의자신문조서가 가지는 증거능력 때문에 그렇다. 조서의 증거능력에 대해서는 잠시 뒤에 이야기 하겠다.
이에
반해 네티즌들의 반응은 “필자를 바꿔서라도 연재를 계속해 달라”라는 것으로 검찰과는 너무나도 달랐다. 법률서비스를 받는데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있는 국민들로서는 이러한 기본적인 권리에 대한 지식에 얼마나 목말라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얼마전 검찰은 긴급체포된 피의자를 법률적 근거없이 검찰로 인치하라는 지시를 대전서부경찰서에 했고 대전서부경찰서장은 법률에 근거가
없음을 이유로 해서 검찰의 지시를 거부하였다. 그러자 검찰은 검찰의 인권옹호 직무를 방해하였다며 경찰서장을 기소하겠다고 으르고있다. 그토록
인권검찰이라 자부하는 검찰이 수사기법도 아닌 국민의 헌법상의 권리를 알려주었다는 이유로 검사의 신문 기고를 중단시킨 것은 도대체 앞뒤가 맞지
않는다.
이용훈 대법원장은 지난 19일 대전 지역을 방문한 자리에서 “검사들이 밀실에서 비공개로 받은 조서가 어떻게 공개된
법정에서 나온 진술보다 우위에 설 수 있느냐. 검사의 수사기록을 던져버리고 법정에서 국민을 설득해야 한다”라고 하였다. 그러자 정상명 검찰총장은
오늘 “대법원장의 말씀은 헌법과 법률에 따라 국민의 인권을 보장하고 법질서 확립의 책임을 지고 있는 국가기관인 검찰에 대해,
그 기능과 역할을 존중하지 않는 뜻으로 국민에게 비칠 수 있어 유감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대법원장의 말에 대해 검찰총장이 유감의 뜻을 밝힌
것은 초유의 일이라고 한다.
대법원장의 이 발언은 유무죄의 여부는 최종적으로 법원이 판단하여야 함에도 법원
판단 이전에 검사가 작성한 피의자신문조서가 가지고 있는 증거능력이 재판을 대치하고 있는 우리 형사사법제도의 맹점을 지적한 매우 적절한
발언이다.
경찰관이 작성한 조서와는 달리 검사가 작성한 피의자신문조서는 특별히 신빙할 수 있는 상태에서 작성되었다고 판단하면
법정에서 피고인이 조서의 내용을 부정한다고 하더라도 증거능력을 가진다.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에 자백에 의존하는 수사관행을 결코 버릴 수 없는
것이다. 검찰이 진술을 거부하고 변호사에게 모든 것을 맡기라고 한 금검사의 글에 대해서 그토록 지나친 반응을 보이는 것도 이와 관련이 깊다.
피의자가 진술을 거부하여 피의자신문조서를 작성하지 못하면 수사는 어려움에 빠질 개연성이 높다. 검찰의 힘은 수사권과 경찰에 대한
수사지휘권에서도 나오지만 자신이 작성한 피의자신문조서의 증거능력에 힘입은 바가 크다. 따라서 검찰로서는 이러한 권한이 무력화 되는 것을 결코
원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검찰이 작성한 피의자신문조서의 증거능력을 폐기하면 어떤 사태가 벌어질까. 나는 그 때에야 비로소
수사기관이 소위 과학수사에 온 힘을 집중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과학적인 증거수집과 합리적인 증거분석을 통해 피의자가 진술을 거부하든 말든
법정에서 유죄 판결을 이끌어 내기 위한 노력을 할 것이다. 비록 잠시나마 수사에 어려움을 겪기는 하겠지만 오히려 조서의 증거능력을 폐기하는 일이
수사를 발전시킬 것이다. 또한 자백을 받기 위해서 강압적인 방법을 사용하려는 유혹을 근본적으로 막을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구술주의를 바탕으로 소송 당사자들의 진술을 충분히 듣고 사건의 실체를 판단하는공판중심주의를 강조한 대법원장의 발언은 옳다. 수사를 통제하고
인권을 보호하는 기관은 법원이지 검찰이나 경찰과 같은 수사기관이 아니다. 수사기관은 피의자를 공격하는 당사자일 뿐 결코 인권의 파수꾼이 될 수
없다. 다만 적법절차를 준수하고 과학적인 수사기법을 발전시키는 방법으로 인권의 신장에 기여할 수는 있다. 제발 검찰은 자신이 할 수 있는 또는
해야 하는 일에만 집중하기 바란다. 괜시리 법원의 바람직한 노력에 대해서 딴지를 거는 일은 국민의 한사람으로서 볼썽
사나우니까.
ⓒ콜롬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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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러운 기득권...ㅡ,,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