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한 한나라, 약한 한나라- 차기대선 한나라당 필패론...서프라이즈 펌...
직업이 직업이고 때가 때이어선지 요즘엔 각종 여론조사기관에서 여론조사 결과를 내게 이메일로 보내주는 경우가 빈번하다.
명색이 언론인이지만, 나는 종이신문 쳐다도 안 본지가 하도 오래돼(문화일보에 무슨 저질 소설이 실렸는지, 이러니 알 수가 있나), 무슨 조사가 어느 신문에 실렸는지 통 모르고 살았는데, 요즘은 이런 여론조사 결과가 비록 보도자료 수준으로 압축된 것이긴 하나 내게 이메일로 전해져오니 아닌게아니라 안 볼 도리가 없다.
요즘 여론조사만 보면 한나라당의 다음 집권은 예약된 것이나 다름없다. 이명박 박근혜 두 사람만이 보인다. 게다가 최근 들어서는 그나마 격차 있는 3위도 손학규다. 한나라당 일색이다. 최소한 국회의원 숫자만으로 보면 한나라당보다 다수당인 열린우리당의 이른바 주자란 사람들은 1%대라고 하는 그야말로 '무의미한' 지지도를 보이고 있을 뿐이다. 여론조사만으로 대통령 뽑는다면 다음 대통령선거는 해볼 필요도 없겠다.
그러나 이런 여론조사대로 대통령 뽑기를 한다면야 지금은 확실하게 이회창씨가 대통령하고 있어야겠다. 현실은 전혀 그렇지 않다는 얘기다.
왜 그런가.
한나라당은 아주 치명적인 약점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한나라당 후보들 역시 그 지지도에 구조적인 취약점이 존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낙양의 지가를 올리듯 자사보유 후보들의 주가를 신나게 올리고 있는 지금 이런 얘기를 해본들 쇠귀에 경읽기가 될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할 얘긴 해보자.
한나라당이 영남정서에 거의 전적으로 의존하는 정당이란 점은 입이 아프도록 얘기했으니 더 이상 얘기 않겠다. 실은 이게 가장 중요한 요소이긴 하다.
한나라당은 선천적으로 호남과 제휴불가능한 정당이다. 한나라당으로서야 호남과 제휴했으면 얼마나 좋으리오마는(영호남이 제휴하면 한국에서 당할 곳이 어디 있겠는가), 광주학살당 민정당의 잔재를 완전히 털어버리지 않는 한 언감생심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한민공조로 탄핵했던 민주당이 지난 총선에서 얼마나 처참하게 깨졌던가.
그래서인지 오로지 영남정서에만 의존할 수밖에 없는데, 그래도 영남기득권과 인구가 이 나라에서는 제일이니, 평소 선거 때는 승승장구고, 그것이라도 만족하면서 자위하는 수밖에. 하지만 대선 국면에서는 아주 쥐약도 보통 쥐약이 아니란 얘긴 더 하지 말자는 얘기다.
한나라당의 치명적인 약점 가운데 영남정서 의존 말고도 중요한 것은 뭘까. 나는, 그들이 기대고 있는 이른바 우익보수, 그들의 대변지인 조중동이 원천적으로 도덕부재의 세력들이란 점을 서슴없이 든다.
그렇다고 조중동에 종사하는 기자나 종업원들이 열 낼 일은 없다. 그들의 사주가 그렇다는 얘기지, 거기서 생계를 잇는 월급쟁이들이 무슨 죄가 있겠는가. 나 역시 기독교계에서는 평가가 엇갈리는 순복음교회의 국민일보에서 15년간 근무했었다. 종업원은 죄가 없다!
미국 일본 중국 등 이른바 강대국들의 우익보수들은 그렇지 않지만, 그들의 영향력 아래에 사는 약소국들의 우익보수들은 원천적으로 비애국적인 쓰레기 집단이 될 운명을 타고 났다. 우리도 예외가 아니다.
외국을 침탈해 본 경험이 있거나(미국 일본), 현재 남들이 무시 못할 만큼 강한 나라가 됐거나(중국) 했을 경우 우익의 본질인 애국은 바로 자신들의 조국에 대한 사랑이 된다. 그러나 약한 나라의 경우 그들의 우익이 펼치는 애국의 대상은 그들의 조국이 아니다. 그 약한 나라에 영향을 미치는 외국에 대한 짝사랑이다. 일제의 압박을 받았던 시절 우익이 친일파였던 것도, 해방된 후 미국의 영향력 아래 있었던 시절 보수우익이 친미파가 되는 건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그들도 바보 천치가 아닐진대 자신의 조국이 아니라 외국에 대한 짝사랑을 하는 이유가 뭔가. 그들이 바보 천치가 아니라 너무나 영리하기 때문이다. 조국을 좌지우지하는 외세에 짝사랑을 보내기만 해도 막대한 이익이 창출됐기 때문이다. 친일파가 친미파로 옷을 바꿔입은 것도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또한 이것은 약소국의 우익보수가 근본적으로 쓰레기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우리의 우익보수도 예외는 아니다.
이런 쓰레기 우익보수가 한나라당의 이념적 기반이다. 물론 지금 보수를 얘기하는 사람 모두가 그렇다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들의 바탕을 이루고 있는 우익보수의 기반은 분명 쓰레기에 불과하다. 젊은 시절 영명했던 나름대로 인재들이 나이 들어 헛소리 지껄이는 쓰레기로 변해가는 이유도 그 근본바탕이 쓰레기인 우익을 선택했기 때문이다.
정치인들, 혹은 머리 좋은 사람들이 늘상 범하는 오류가 있다. 어떤 사실을 자신만 알고 있을 것이라는 착각이다.
국민들 입장에서 보면, 그렇다고 이런 쓰레기들을 인천 앞바다에 통째로 매립할 수는 없다. 대명천지, 혁명이 부재하는 이 시대에 어떻게 그렇게 할 수 있겠는가. 있을 수도 없고, 해서도 안될 일이다. 그러나 국민들도 결정적인 때가 오면 심판을 하기는 한다. 그것이 바로 선거철이다. 영남정서로 재미 보는 한나라당은 대통령선거 때가 바로 쥐약 먹어야 하는 시기가 된다.
김승규가 국정원장직 내팽개치면서 덜 익은 간첩단 사건을 조작(?)해 내어도, 서울 부동산 투기의 원흉 격인 이명박이 이 정권을 부동산 투기정권으로 몰아붙여도, 한나라당이 서울과 경기도 등 지방정부를 거의 장악해 실제 정권의 한 60% 정도는 먹은 것이나 다름없으면서도 전혀 책임을 지지 않는 무풍지대에서 노닐고 있어도, 큰 선거가 되면 심판할 사람들이 모여들어 큰 세력을 이루니 한나라당으로서는 환장할 노릇이 되는 것이다.
한나라당이 두 번의 대선에서 마지막 몇 개월을 못 버텨 무너지고 만 것이 우연이라고 생각하는가. 우연이 두 번 겹쳐 일어나면 그것은 우연이 아니다. 자크 모노라고 하는 불멸의 생물학자가 남긴 말이다. 이 필연의 이유는 그것이 한나라당의 본질적인 취약점이기 때문이다. 이들은 바로 이와 같은 사실을 자신들만 알고 있지 국민들은 모를 것이라 착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 데일리서프라이즈에 기고한 글입니다.
ⓒ 서영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