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에도 죄는 있다-부동산 단상2...서프라이즈 펌...
"필부에게는 죄가 없으나 보물을 가진 게 죄"란 말이 있다. ⓒ 서영석
우리 사회에서 이것만큼 진실인 경구는 없다. 많은 한국 재벌처럼 형성과정에 원천적인 문제점이 있는 곳은 혹 어떨지 모르나, 동서고금 세상천지 어디를 막론하고 돈 있는 사람은 별 합리적 이유없이도 욕먹게 돼 있다. 왜? 돈을 가졌으니까. 최소한 이곳은 일정하게 "가진 것이 죄"인 사회이기도 하다. 돈과 같은 것이 또 있다. 그것은 권력이다. 권력을 가진 것도 죄다.
물론 여기서 "죄"란 말은 실정법적인 위반을 저질렀다는 의미는 아니다. 상대방의 부당한 공격에 대해서도 일정한 범위 이외의 방어를 할 수 없다는 의미가 더 정확할지 모르겠다. 삼성 현대와 같은 재벌이나, 정부기관이 언론으로부터 다소 부당한 공격을 받아도 그게 부당하다고 소릴 질렀다간 오히려 여론으로부터 질타를 당하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이 정권은 어떨까. 묘하고 독특하다. 과거에 그 예를 찾아보기 어렵다. 과거 정권의 권위를 지탱해왔던 중요한 축인 비정상적 권력을 포기한다고 선언했기 때문이다(결과적으론 이런 포기선언은 할 필요가 없었다). 실제로 여러 가지 이유에 의해 포기되기도 했다. 즉 권력은 권력이되 과거와 같은 권력은 아니란 얘기다. 게다가 우리 사회에서 워낙 이상하게 형성된 언론권력과의 싸움을 통해 이 정권이 탄생했다는 일면을 지니고 있어서인지, 권력이면서도 과거와는 달리 "가진 것이 죄"란 등식이 성립하지 않았던 것도 사실이다. 이 정권이 유독 조중동과 같은 언론권력이 민감하게 대응했던 것도 "나도 (부당한 권력을) 포기했으니 너도 (부당한 언론권력을) 포기하라"란 선상에 놓여 있었다고 해석한다.
하지만 부당한 권력을 포기했다고 해도 권력은 권력이다. 그렇다고 해서 정당한 권력마저 손상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비록 정통성이 없는 언론권력으로부터 온갖 부당한 공격을 당한다 하더라도 헌법에 의해 선출된 대통령의 권력은 엄연하다. 참여정부와 언론권력과의 싸움을 총평해 볼 때, 권력이 항상 손해를 봐 왔던 것도, 단순히 언론권력이 지면을 독점하고 있다는 이유만이 아니라, 참여정부 역시 권력이었기 때문이었다. 이백만 홍보수석이 조선일보식 마녀사냥에 수모를 당하고 있는 것도 국민들의 눈에는 결국 그도 권력으로 비치고 있기 때문이다.
조선일보가 동네방네 떠들고 있는 이 수석의 아파트 매매와 같은 일, 청와대 비서관들의 재테크는 솔직히 누구처럼 재테크에 무지한 몇몇 희귀인종들을 빼놓고, 있는 이들에게 그리 비정상적인 일은 아니다. 특히 조선일보를 포함해 언론계 고위인사들 아파트 매매상황을 조사해보면 상당수 유사하거나 그보다 더한 일들이 부지기수로 나올 것이라 장담한다. 하지만 이 수석은 별 볼일 없지만 권력에 속하니 방어할 방법이 없다. 그러니 권력에 있는 사람들은 더욱더 조심해야 한다.
그나저나 이들 언론이 본의 아니게 권력의 투명성에 대한 기준을 엄청나게 강화시켜 놓으니, 다음 정권 누가 잡더라도 고위직 인사 기용하기가 엄청 어렵게 돼 버린 것은 사실인 듯하다. 이건 망외의 소득이다. 한나라당은 집권하려면 당의 한 90% 정도는 물갈이해야 되지 않을까 싶다.
어떻든 부동산 논란도 마찬가지 선상에서 볼 수 있다.
매우 많은 이유에 의해 정부 정책의 "약발"이 먹히지 않은 것은 사실이지만, 정책결정권을 쥐고 있는 쪽은 결국 정부다. 이들이 로비에 의했건, 아니면 조중동의 마술에 의했건 정부 정책이 통하지 않는다면 남을 원망할 것이 아니라 스스로를 반성해야 한다는 얘기다. 이와 같이 정책 외적인 요소에 대한 비판은 정부 바깥에서 보고 있는 사람들의 몫이지 정책 결정에 책임이 있는 사람들의 몫은 아니란 얘기다. 그런 얘기해봤자 변명으로 여겨지거나 책임을 딴 곳으로 전가한다는 얘기밖에 듣지 못한다. 국민은 정부에게 권력을 위임했기 때문에, 오직 결과로 말할 뿐이다. 나머지는 변명일 뿐이다.
평범한 사람들이야 정부의 올바른 정책이 제대로 먹히지 않는 것이 너무나 안타까운 나머지 차라리 부동산 시장 왕창 붕괴라도 됐으면 좋겠다, 이렇게 한탄할 수는 있겠지만 정부가 그래서는 물론 안 될 것이다. 정부 정책이 비록 효과가 나오지 않고 있으나 그 정책이 맞다며 지지하는 이들도 있다는 점을 인식하고, 신중하고 효과 있는 정책으로 보완시켜 나가야 마땅할 일이다.
부동산에 그리 해박하지는 않지만 상식의 견지에서 의견을 보탠다면, 작금의 부동산 이상가격은 단순히 거품만은 아니란 생각도 든다. 기본적으로 수출이 호조고 경기가 좋아 돈이 많이 풀려 있기 때문이 아니냐는 것이다. 부동산이란 일단 오르면 폭락은 매우 위험부담이 크다. 가격 앙등의 이유가 비록 정상적이지 않다 하더라도 폭락을 정책목표로 삼을 수는 없다. 폭락은 단순히 가격앙등으로 부당이득을 취한 사람들에 대한 응징만으로 끝나지 않기 때문이다. 빈대잡자고 초가삼간 태울 수는 없지 않은가.
사람들의 주택심리는 정말 미묘하기 짝이 없다. 다가구 주택이나 빌라에서 사는 사람들은 자가소유라 할지라도 잠재적 아파트 구매고객이다. 낡은 아파트에서 사는 사람들 역시 새 아파트의 잠재고객이다. 아파트값이 오른다는 신호가 오면 다소 무리를 해서라도 사는 가수요군들도 풍부하다. 지금 형편이 어렵고 시중에 돈이 마른 상태라면(물론 그렇다면 아파트 가격이 오를리도 없지만) 몰라도 지금 같은 상황에선 가수요도 무시 못 한다. 이게 가수요 폭발 -> 가격앙등이란 악순환을 유발한다.
내 얘기는 현재의 가격 앙등 이유를 단순히 투기수요로만 볼 것이 아니라 지금 현재의 경제에 내재한 이유 때문일 수도 있다는 점을 환기시키자는 것이다.
조중동과 한나라당으로 상징되는 투기적 세력들의 부추김에 흔들리지 말고 보다 신중한 접근을 통해 국민들의 지지로 승부를 하는 자세가 필요한 시점이다.
* 이 글은 데일리서프라이즈에 기고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