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온다. 옷 갈아 입자...서프라이즈 펌...
노무현 대통령의 개헌에 대한 특별담화문을 발표한지가 한 달하고 보름정도 지났다. 한나라당은 꿀 먹은 벙어리 마냥 묵비권을 행사하고 있고 진보 떨거지들은 반대를 외치고 있다. 지은 죄가 있는 것을 알고 미란다 법칙을 스스로 지키는 한나라당도 우습지만 그런 한나라당에 자발적으로 고용된 변호사처럼 한나라당을 대신해서 반대를 외치는 진보 떨거지들은 우습다 못해 안쓰럽다. ⓒ 술한통회한접시
그들이 지난날에 어떤 말을 떠들고 다녔는지는 새삼스럽게 얘기하지 않으련다. 떠들어 봐야 눈 하나 깜박할 그들이 아니라는 것을 너무 잘 아니까.
그런데 진보라며 거들먹거리며 어쭙잖게 참여정부를 ‘신자유주의’ 정부라고 비판하는 그들이 ‘결연한 진보’라는 말을 하는 것 보니 ‘좌파 신자유주의’ 정도는 우스갯말도 아닌 것 같다. 지들이 가미가제 특공대 인가?
나날이 버리고 부수고 새로워 져야 할 진보가 수구꼴통인 한나라당보다 더 지키려고 애쓰는 것을 보면 이것도 전두환이 내세웠던 ‘한국식 민주주의’에 버금가는 ‘한국식 진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이지 싶다.
그들은 노대통령의 개헌 제안을 정략, 정략이라 외치며 개헌의 ‘개’자도 꺼내지 말라고 한다. 다음 정권에 넘기자고도 한다. 바닥을 기는 지지율을 끌어올리기 위한 수작이라는 것이다. 명분이 아무리 좋아도 ‘정략’이어서 안 된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상하다. 한나라당만 반대해도 국회통과 정족수를 채우지 못한다. 그냥 '발의해라' 하면 되는 데 왜 지랄 발광인가. 다 이유가 있다.
대통령이 발의해서 국무회의를 거쳐 정식으로 국회로 넘어오게 되면 60일 내에 가부 결정을 내려야 한다. 지금의 상황으로 봐서 60일을 갈 것도 없이 국회에 넘어오자 말자 바로 부결될 것 같은 분위기다.
하지만 그럴 수 없다는 것은 한나라당도 알고 있고 민주노동당도 알고 있다. 제대로 논의도 없이 그냥 부결시키면 졸속이란 비판에 직면하게 된다. 개헌의 무게가 대통령 선거보다 가벼운 것이 아니다. 그런 개헌을 논의다운 논의도 없이 그냥 부결시키면 뒷감당이 되지 않는 것이다.
특히 한나라당의 부담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원내 제 1당에 대통령이 탈당하게 되면 여당이란 말도 없어지게 되어 국회를 이끌어 가야 할 정당이 한나라당이 되어 버린다. 국회에서의 개헌논의가 잘못된 방향으로 흘러버리기라도 하면 옴팍 책임을 뒤집어 써야 할 판이다.
그러면 60일 내에 충분히 논의를 한 좋은 모습을 보여준 후 부결시키면 어떨까? 같은 좌빨인 민주노동당도 반대하고 있는 개헌이다. 한나라당은 개헌에 대한 충분한 논의가 있건 없건 간에 ‘부결’ 그 자체가 부담이 된다.
우리 사회가 아무리 조중동 프레임에 갇혀 있고, 진보 언론들도 개헌에 등을 돌리고 있는 실정이지만 실제로 개헌이 발의되고 국회에서 논의가 되는 동안 여론이, 정국이 어떻게 바뀔지 모르는 것이다.
탄핵의 공포를 두 번 다시 떠올리기 싫은 것이다. 탄핵 후폭풍은 주인을 무시한 하인들을 주인이 어떻게 응징하는 가를 보여준 실례다. 이게 두려운 것이다. 이런 일이 재연될 까봐. 우리나라 국민들은 참여정부를 지내면서 주인의식이 많이 두터워졌다. 아직도 오락가락 하는 면은 있지만 터닝 포인트에서는 주인의식을 발휘하는 것을 잊지 않는다.
어떻게 보면 ‘대선’보다 무게감이 더 나갈 수 있는 ‘개헌’을 국민의 의사를 물어보지도 않고 별로 신뢰받고 있지 않는 국회의원 나부랭이들끼리 꿍짝짝해서 부결시켜 버린다면 국민이 어떤 반응을 보일 지가 두려운 것이다. ‘대선’은 5년마다 돌아오지만 ‘개헌’은 20년 만에 치루는 이벤트다. 언제 다시 그런 이벤트가 있을지 모르는 이벤트다.
발의되기 전이야 팍팍한 살림살이 때문에 ‘개헌’이니 뭐니가 모두 귀차니즘으로 치부될 뿐이지만 발의되고 나면 문제가 달라지는 것이다.
‘이왕 그렇게 된 거 공휴일도 하나 만들 겸 우리가 결론 내려보지 뭐’ 할 가능성이 많다. 한나라당은 국민들의 생각이 이렇게 바뀔까봐 걱정인 것이다. 그런 조짐이 조금이라도 보이면 부결할 수 가 없다.
그러면 국민투표 붙여서 부결시키면 되지 않나 라고 하겠지만 이거 쉽지 않은 것이다. 국민투표를 붙여서 부결되면 ‘대선’은 한나라당이 그저 먹는다. 만약 ‘찬성’이 되어 버리면 글자 그대로 ‘대선’은 어떻게 될지 모른다.
열린우리당, 아니 개혁민주세력이 지금 지리멸렬 한 것처럼 보이지만 동기만 부여된다면 구름처럼 모일 수 있는 것이 이들 세력의 장점이다. 분열도 잘 하지만 명분만 주어진다면 언제든지 한 마음으로 뛸 준비가 되어 있는 세력들인 것이다.
개혁민주세력에 쓸만한 대권후보가 없다고 할 지 모르지만 ‘개헌’ 찬성으로 모멘텀이 주어진다면 후보는 널리고 널렸다.
대통령이 발의 한 후 국회로 넘어오면 조중동은 어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개헌의 부당함을 나팔 불 것이다. 몇 몇 쓰레기 진보언론도 가세할지 모르지만 대놓고 언론이나 시민단체가 ‘민생’, ‘정략’ 운운하며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할 수 없다.
조중동이야 스스로도 언론이 아닌 것을 자각하고 있기 때문에 말을 바꾸던 말 안 되는 소리를 하건 떳떳하지만 그래도 한 가닥 언론이라는 양심을 가지고 있는 언론들은 역사로서 기록될 이벤트에 조중동처럼 대놓고 패악질을 부릴 수가 없기 때문이다.
언론이 아무리 썩었다고 해도 ‘개헌’을 반대하는 이유를 ‘노무현’ 탓으로 돌리기에는 너무도 중대한 사안이기 때문이다.
국민이 주인으로서 각성을 하게 되면 조중동이 아무리 개헌 반대의 나팔을 불어도 좀처럼 흔들리지 않는다. 그때는 냉철한 이성이 언론의 나팔소리를 구분하게 된다. 한쪽의 나팔소리가 크다고 해서 북소리를 모두 가릴 수는 없다.
국민이 ‘찬성’으로 돌아설 지 ‘반대’로 돌아설 지는 아무도 모르는 것이다. 하지만 한나라당도 알고 조중동도 안다. 역대 개헌 중에 국회에서 부결된 개헌도 없었지만 국민투표에서 부결된 개헌도 없다는 것을…
민주노동당은 지금 가장 곤혹스러울 것이다. 이번 기회에 회색분자인 열우당의 개혁세력이니 뭐니 하는 떨거지들을 일거에 쓸어버리고 한나라당과의 대척점에 있는 정치세력으로 우뚝 서려고 했는데, 아니 가까이라도 갈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보려고 ‘노무현’을 식물 대통령으로 만들고자 개헌 반대를 외쳤는데 노대통령이 꿈적도 않고 개헌을 향해 한 발짝 한 발짝 다가서고 있느니 말이다.
개헌이 국민투표에 붙여지고 ‘찬성’으로 결론이 난다면 제일 먼저 타격을 입을 곳이 민주노동당이 아닐 까 한다. 한나라당은 초긴장에 긴장을 거듭할 테고….
뭐 노무현의 ‘정략’이라면 정략일 수도 있겠지. 하지만 그것은 ‘정략’ 이전에 거스릴 수 없는 ‘대세’다. 대한민국의 역사가 그렇게 하라고 시키고 있다.
2월27일은 노대통령이 인터넷 대화를 시도한다. 너희들이 아무리 추잡한 반대와 침묵의 동맹을 굳건히 맺는다고 한들 명분의 서슬 앞에서는 절대 버틸 수가 없다.
언제까지 20년 전에 급조한 옷을 입고 다닐 거냐. 이제 봄이다. 옷 갈아입고 봄맞이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