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름...

한미FTA에서 ‘한’은 대한민국이 아니다...서프라이즈 펌...

keany 2007. 4. 7. 08:16

참 가지가지들 한다. 그동안 노 대통령에 대해 온갖 험담을 일삼던 이들이 이번 한미FTA가 타결된 후 하는 발언을 보면 참 낯 간지럽다. 물론 어떤 정책 사안에 따라 개인적인 소신에 따라 찬성 또는 반대하는 건 인정한다. 하지만 지금 노 대통령에게 꽃을 던지는 이들은 그동안 정책에 대한 호불호보다는 인간 노무현에 대한 호불호 때문에 그리 행동해왔던 이들이기에 지금 보여주는 그들의 행동에 입맛이 씁쓸해진다.

나 같으면 남부끄러워서 그런 말을 차마 못 하겠는데 참 대단들하다. 그동안 개들(쉬프트 빨리 고쳐야 되는데...)의 악담을 주재료로 그들을 안주거리로 만들어 서프에서 연명하던 내 입장에서는 소재고갈이라는 측면에서 그리 반갑지만은 않다. ‘오는 말이 고와야 가는 말이 곱다’라는 속담이 있지만 그들에 대해서는‘오는 말이 고와 봐야 가는 말이 고울 리가 없다.’

조갑제는 “노무현 대통령이 대통령의 자리에 앉을 수 있었던 것은 저항과 도전정신 때문이었다. 한미FTA 협상 역시 노 대통령이 저항과 도전의 상대를 제대로 고른 것”이라 하고, 전여옥은 “한미 FTA의 물꼬는 노무현 대통령이 텄지만 국회 비준까지 그 완성은 한나라당이 노무현 대통령을 도와주면서, 격려하면서 결국 주체는 한나라당이 되어야 한다.”고 한다.

강재섭은 “노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를 보니까 정말 대통령답더라”고 하고 조순형은 “한미 FTA 협상 타결 과정에서 보여준 대통령의 소신과 결단력을 높이 평가한다.”고 하고 중앙의 문창극은 "정파 벗어나 나라 전체를 생각하는 사람을 우리는 국가적 지도자라고 부른다. 결정적인 시기에 대통령이 이런 결심(한미FTA 협상 타결)을 했다는 것 자체가 우리나라가 복 있는 나라라는 증거" 라고 한다.

이외에도 여러 사람이 비슷한 발언을 했다. 물론 그들의 입에 발린 말이 악담을 퍼붓는 거보다야 듣기에는 낫지만 저들의 말은 어느 분 말같이 사실 조롱으로 들린다. 이에 대해 그냥 피식하고 한 번 웃어줄 뿐이다. 노 대통령이 개헌안을 발의하는 순간 그들은 본모습으로 돌아갈게 뻔하다. 벌써 한나라당 나경원은 “개헌안을 발의하면 국정홍보처장과 국무조정실장을 검찰에 고발하겠다.”고 한다.

이들이 지난 4년간 노 대통령에게 박수를 보낸 건 내 기억으로는 딱 한 가지뿐이다. 이라크 파병...나머지 사안에 대해서 그간 어찌했는지 잘 아실 테니 생략한다. 이들은 자신들의 정신적인 조국인 미국과 관련이 있는 사안에 대해서는 찬성한다. 미국이 개헌한다면 두 손 들고 찬성할게다.

그래도 이들은 소신이라도 있다. 전에 박근혜는 자신이 집권하면 한미FTA 빼고는 현 정부 정책을 다 바꾸겠다고 했다. 노 대통령에 대한 증오의 감정을 미국에 대한 애정으로 포장해서 FTA에 대해서는 한결같이 찬성(혹시 한미FTA에서 ‘한’이 한나라당인줄 알고 찬성하는 게 아닌지 모르겠다.)한다.

이번에 FTA반대 단식에 참가한 천정배나 김근태가 진정성을 의심받는 이유가 이 때문이다. 예전에는 FTA에 찬성했고 그간의 협상과정에 특이할만한 전환점이 있었던 것도 아닌데 왜 갑자기 밥까지 굶어가며 반대하는지 뚜렷한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2006년 7월 법무부 장관 재식 시 대국민담화에서 “FTA는 우리나라가 세계 속에서 다시 한 번 도약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는 시험대다. 반대, 폭력시위에 대해서는 엄중한 법적 팩임을 묻겠다.”던 천정배는 그 자신이 반대, 단식시위를 하고 있다.

2006년 9월 한미FTA 토론회에서 “협상에 찬성한다. 한미FTA는 성선설, 성악설 찬성하면 친미 반대하면 반미라는 이데올로기적으로 규정하면 안 된다.”라던 김근태가 “현 정권에서 FTA를 체결하려면, 나를 밟고 지나가라”고 하다가 결국 밟히고 말았다. 굶다가 밟혔으니 더 아플 게다. 이 양반은 왜 매번 이러는지 안타깝다.

“무엇이 그렇게 급하고 아쉬워서 졸속으로 미국의 요구대로 타결을 선언했는지 상식의 눈으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도 없고, 받아들일 수도 없다”는 김근태의 눈만 상식의 눈이 아니다. “참여정부가 ‘4·2 조공협상’으로 경제주권을 넘겨주고 민생을 포기했다. 범국민적 항쟁을 통해 협상을 무효화시킬 것이다”는 천정배의 민생타령은 하도 많이 들어서 이제 식상하다.

차라리 “노무현 대통령이 대통령의 자리에 앉을 수 있었던 것은 저항과 도전정신 때문이었다.”는 조갑제의 오버는 귀엽기라도 하다. “협상이 타결됐다는 소식에 감동을 받았다. 한미FTA 타결은 경제의 6·29선언”이라는 김용갑의 오버는 완전귀염이다. 너무 감동받아서 지난번같이 실신하지 않을까 걱정이다.

천정배가 노 대통령에게 한 말은 그대로 그에게 부메랑이 된다. “내가 2004년 (총선에서) 천정배를 지지할 당시 오늘과 같은 일이 빚어질 것이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 천 의원은 표를 준 국민들의 생각과는 전혀 반대로 행동했다. 그런 점에서 국민에 대한 배반이라고 본다.”

마포 갑 주민으로서 꼽사리로 노웅래에게 같은 말을 전한다. 회사에서는 맨날 을만 하고 갑이라고는 ‘마포갑’이 유일해서 이사를 안가고 있었는데 안가길 잘했다. 하긴 마포을로 이사 가면 정청래가 있긴 하다. 요즘 많은 분들이 서프에 첫글을 올리시던데 내가 서프에 첫 글을 올린 동기가 정청래였다. 요새 뜸하던데 뭐 하고 사나 궁금하네.

언론에서는 이번 한미FTA 타결로 노 대통령이 진보진영의 지지를 잃고 보수진영의 지지를 얻어 지지율이 상승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지만 우리나라의 자칭 진보진영은 전에도 대통령을 지지하지 않았다. 지난 대선에서 노 대통령을 지지하고 지금까지 지지를 하는 사람들 중 많은 이들은 나같이 스스로가 진보인지 보수인지 헷갈리는 그런 사람들이 아닐까? 여기서 헷갈린다는 말은 모른다는 말이 아니다.

보수진보놀이, 좌파우파놀이...이제 그만할 때 됐다. 이런 놀이를 너무 오래하니까 뭐 얻어먹을 거 있나 하면서 뉴라이트니 뭐니 나오는 거다. 요새 알코올 도수 줄여서 새로 나오는 ‘XXX프레쉬’라고 나오지만 새로 나온 프레쉬도 취하는 건 마찬가지다. 돈만 더 든다. 니코틴 함량을 줄여 새로 나온 ‘XXX라이트’라고 나오지만 새로 나온 라이트도 몸에 해로운건 마찬가지다. 왜? 그들이 차별화하고자하는 올드라이트는 ‘라이트’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럼 뭐냐고? 밤에 술 먹는 게 특기인거 보면 ‘나이트’의 오자가 아닌가 싶다. 그런데 나이트 물이 왜 이래?

여러 글을 읽고 FTA를 하면 우리가 얻는 게 무엇이고 잃는 게 무엇인지 개략적인 상황은 알겠는데 솔직히 그 둘을 비교해서 득실을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이 내겐 없다. 단지 그동안 대부분의 사안에 대해 나를 설득해온 노무현 대통령이 소신 있게 추진하는 일이라 그를 믿는 마음에서 심정적으로 찬성한다.

5년이나 10년 후에 참 나쁜 대통령(박근혜에 의하면)이 다른 것은 몰라도 이번만큼은 경제 논리(이명박에 의하면)로 성사시킨 한미FTA의 결과가 실패로 나올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스스로가 알을 깨고 나오려는 노력이 없으면 결국 그 안에서 고사할 수밖에 없다. 스스로 깨지 못하고 남이 깨면 남의 먹이가 되기 마련이다. 대원군의 쇄국정책이 일본이라는 남에게 깨진 결과 지금까지 그 상처가 완전히 아물지 않아 고생하고 있지 않나?

알 속에서 스스로 껍질을 깨고 나온 병아리는 닭이 될 수 있지만, 남이 알을 깨면 계란후라이밖에 안 되는 법이다.


뱀발) 어디서 보고 베낀 말인데 계란찜이나 계란말이도 될 수 있겠다. 회사 앞 식당에서 계란말이 5000원 받던데 이거 계란 몇 개 들었을까? 그리고 병아리가 닭이 된다는 글에서 의미하는 닭은 절대 ‘그 닭’ 아니다. 병아리 입장에서 기껏 힘들게 알 깨고 나와 고생고생하고 닭이 돼서 거울 봤는데 ‘그 닭’이더라...차라리 계란말이가 낫지 싶다.


ⓒ 황포돗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