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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적인 민심의 바다는 안보이나 ...서프라이즈 펌...흐름... 2007. 3. 6. 04:15
손호철 교수에 묻는다
» 조기숙(이화여대 교수·전 청와대 홍보수석) 손호철 교수가 <한겨레>(2월26일치 6면)에 기고한 ‘노무현 대통령께 드리는 공개편지’를 잘 보았다. 정중하게 예를 갖춰 대통령께 반론을 취한 것이나 참여정부에 대한 긍정적 업적을 간과한 점을 시인한 것은 진보진영 논쟁에서 의미있는 진전이라고 생각한다. 손 교수와 많은 인식에서 견해를 달리하지만 지면 관계상 양극화 문제에 집중하여 내 견해를 밝히고자 한다.노 대통령이나 나는 분명한 진보다. 그러나 나는 물론이고 유시민 보건복지부 장관이 참여정부가 진보정부임을 내세우지 못했다면 그 이유는 좌파와 진보는 분명히 다른 개념임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지식인 사회에서는 좌파와 진보가 동일시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좌파가 ‘나쁜 놈’과 동일시되는 현실에서 참여정부가 좌파로 채색되는 것이 두려웠던 것이 솔직한 심정이다.
좌파와 진보는 분명히 다르다. 좌파는 결과의 평등을 추구하고, 진보는 기회의 평등을 추구한다. 좌파는 계급의식을 중시하는 집단주의에 기초하고 있고, 진보는 개인주의에 뿌리를 둔 공동체주의를 지향한다는 차이가 있다. 이는 순전히 내 개인의 생각일 뿐이므로 진보에 대한 정의가 사회적 합의를 이룰 때까지 보다 활발한 토론이 필요하다고 본다. 더 구체적으로는 올 대선에서 정책경쟁을 통해 좌파와 진보의 차이가 드러나게 되리라 믿는다.
참여정부는 기본적으로 시장경제를 존중하기 때문에 좌파정부라고 할 수는 없지만, 빈부격차의 해소를 위한 국가의 역할을 강조하고 소수자의 인권을 존중한다는 점에서 진보정부라고 할 수 있다. 수구기득권 세력의 외교정책, 수도권 중심의 성장 일변도 정책을 상당히 많이 수정했다는 점에서도 진보적이다.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집권하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만 빼고 참여정부의 모든 정책을 바꿀 것이라고 주장한 것이 바로 그 차별성을 보여주는 증거다.
노 대통령은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의 차이가 별로 크지 않다고 말한 적은 있지만 참여정부와 한나라당이 같다고 말한 적은 없다. 이는 정부의 진보적 정책이 국회에만 가면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 일부의 합작에 의해 뒤집히는 것에 대해 우회적으로 불만을 표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손호철 교수가 참여정부에 대해 비판적인 이유는 양극화 때문이라고 본다. 손 교수는 지난 대선에서 양극화 해결을 주요 선거공약으로 들고 나오지 않은 것은 노 대통령의 문제의식이 없음을 증명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만일 그랬다면 노 대통령은 당선되지도 않았을 것이다.
그것이 우리사회 진보세력의 한계다. 우리 사회는 분단과 한국전을 거치면서 좌파의 뿌리마저 뽑혀 지식인과 언론인의 압도적 다수가 보수적인, 전세계적으로도 희귀한 보수 일변도 사회다. 진보정당이나 진보언론, 진보지식인들이 국민들로부터 외면받는 것이 그들이 못났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는가.
이는 참여정부가 보수적인 민심의 바다에서 헤엄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대한 이해는 없이 고래가 물속에 사니 어류라고 주장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약간만 체계적인 지식을 갖춘 사람은 고래가 포유류라는 사실을 이해한다. 진보학자는 사회적 문제의 책임을 개인에게 돌리기보다는 역사적 구조적 모순에 주목하는 자신들의 이론적 틀과 방법론에 보다 충실해질 필요가 있다고 본다.
손 교수는, 내가 양극화는 “선거공약이 아니라 괜찮으며 정권 실패의 논거가 될 수 없다”고 했다고 비판했는데, 나는 이런 취지의 발언을 한 적이 없다. 수구언론의 왜곡만으로도 지친 내가 진보지식인의 왜곡과도 싸워야 하는 현실이 서글플 따름이다.
나는 양극화가 가장 심한 미국은 민주정부로 가장 실패한 나라인지 질문을 했고, 최장집 교수의 답을 기다리고 있다. 덧붙여 양극화가 가장 심하지 않은 북한과 쿠바에서 서민의 삶은 양극화가 심한 미국 서민의 삶보다 나은지 묻고 싶다. 양극화 문제가 심하지 않았던 중국과 베트남의 경우 개방 이전의 서민의 삶이 개방 이후의 서민의 삶보다 낫다고 말할 수 있는지 손 교수의 답을 기다리겠다. 개방 이후의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에서 서민의 삶이 개방 이전의 독재정부보다 황폐해졌는지 구체적으로 증명해주기 바란다. 양극화 지수만을 가지고 체제를 뛰어넘어 정부 역량을 평가하는 잣대로 수평 비교하는 것이 방법론적으로 가능한지 정치학도로서 이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나는 참여정부가 양극화를 해결하지 못한 것은 선거에서 의제화가 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본다. 그래서 “양극화 해결을 위한 정책적 수단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 없이 어떻게 정부가 정책을 실현할 수 있겠습니까”라며 어려움을 피력한 바 있다. 그리고 양극화 해결을 못한 것이 참여정부의 실패라면, 노 대통령이 양극화 해결을 위한 공론화에 나섰을 때 이를 외면한 진보지식인들에게도 공동의 책임이 있다고 생각한다.
참여정부 임기 초에 양극화 의제를 들고 나올 수 없었던 것은 제2의 외환위기와 싸우고 있었기 때문이다. 왜 임기 초에 힘 있을 때 양극화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느냐는 질문은 물에 빠진 사람 건져 놓으니 보따리 내놓으라고 뺨때리는 격이다.
개방을 막는 것만이 양극화를 해결하는 지름길이라고 확신한다면, 전세계 진보지식인이 연대하여 세계화의 물결을 되돌리든지 국민이라도 설득해야 하는 것 아닌가.
민주국가에서 어떤 정책도 여론의 뒷받침 없이는 실행될 수 없다. 진보지식인은 여론을 설득하기 위해 무슨 일을 했는가. 진보지식인은 양극화 문제가 마치 절대 빈곤인 배고픔의 문제인 양 과장함으로써 산업화 세력인 한나라당의 부흥을 가져오는데 일조했다고 생각한다. 상아탑을 벗어난 지식인의 발언은 그 정치적 결과에 대해 정치인의 행동만큼 무겁게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조기숙(이화여대 교수·전 청와대 홍보수석)
기사등록 : 2007-03-04 오후 07:19:23 '흐름...'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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