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자 한겨레신문은 한-칠레 자유무역협정(FTA) 발효 이후 적자폭이 되레 커졌다며 ‘장밋빛 꿈 3년만에 깨졌다’는 제목의 기사를 실었다.
한겨레는 2003년 5억4100만달러였던 대칠레 무역적자가 지난해 22억4700만달러로 증가한 점 등을 들어 한-칠레FTA의 성과를 부정했지만, 왜 수입이 늘었는지에 대해서는 상세히 설명하지 않았다. 수입 증가 부분을 잘 살펴보면 한-칠레FTA는 성공적이란 사실을 알게된다.
그렇다면 왜 한-칠레 FTA 발효 이후 적자폭이 더 커졌는가?
단적으로 말해 대칠레 수입 규모가 커진 것은 ‘구리’ 가격이 올랐기 때문이다. 칠레는 세계 최대 구리 생산국으로 우리나라는 구리 및 구리제품 수입의 33%(2006년 기준)를 칠레에 의존하고 있다. 이는 FTA 체결 전부터 만성적 무역적자 요인이었다.
무역적자 요인은 '구리'…빼고 보면 흑자폭 커져
2003년 이후 구리 국제단가가 오르고 특히 지난해의 경우 칠레의 구리광산 파업 등으로 구리 생산량이 급감, 국제단가가 폭등했다.
구리 국제단가는 2003년 톤당 1660달러에서 2004년 3200달러, 2005년 4010달러, 2006년 7040달러로 크게 올랐다. 이에 따라 2003년 7억3200만달러이던 대칠레 구리 및 구리제품 수입액도 2006년 29억9000만달러로 급상승했으며, 이는 대칠레 무역적자의 주요인이다.
한겨레는 원자재를 빼도 수입증가율이 2005년과 2006년 각각 42.5%, 41.3%로 중남미 평균을 훨씬 웃돈다고 했으나, 산업자원부가 수입품목의 원자재 여부를 분류해 본 결과로는 지난해 대칠레 수입증가율은 17.2%로 중남미 전체 수입증가율 38.7%보다 낮은 수준이었다.
이처럼 구리값이 올라서 커진 무역적자의 내용은 도외시한 채 FTA와 결부시켜 FTA의 경제적 효과를 깎아내리는 보도는 정직하지 않다.
FTA 효과를 정확히 이야기하려면 구리의 가격변동 변수를 고려해 무역수지를 따지는 것이 옳다. 구리를 제외할 경우 2003년 1억9200만달러이던 대칠레 무역흑자 규모는 2004년 2억4100만달러, 2005년 4억달러, 2006년 7억4300만달러로 매년 크게 증가하고 있다. 한-칠레FTA로 인한 경제적 효과가 크다는 정부의 주장이 틀리지 않은 이유다.
한-칠레FTA는 중남미 수출의 첨병
수입이 늘은 것 못지않게 수출도 크게 늘었다. 우리나라의 대칠레 수출증가율은 2004년 36.9%, 2005년 62.5%, 2006년 36.1%, 2007년(~2월) 67.2%로 연도별로 차이는 있으나 우리나라 전체 수출증가율의 3배 수준을 보일 정도로 양호한 수준이다. 지난해 수출증가율이 36.1%로 낮다고 하나 전체 수출증가율이 14.5%라는 점을 감안하면 결코 낮다고 할 수 없다.
특히 한겨레 보도와 달리 대칠레 수출 상위 10대 품목의 증가세는 꾸준하다. 1위인 경유 수출은 2005년과 2006년에 각각 262.7%, 104.7% 늘었으며 승용차는 42.7%, 39.1%의 수출증가율을 보였다.
2005년에 비해 2006년 합성수지(84.8%→8.7%)와 휴대전화(60.6%→2.2%) 등의 대칠레 수출증가율이 다소 둔화된 것은 사실이나 칼라TV(8.4%→106.9%)와 아연도강판(19.2%→95.7%)의 경우 증가율이 커졌다는 점에서 품목별 특성에 따른 것일 뿐 일반화시켜 수출증가율이 둔화되고 있다는 지적은 옳지 못하다.
또한 올해 2월까지의 전년 동기 대비 수출액을 보면 자동차(32.5%), 휴대전화(97.2%), 컴퓨터(240.8%) 등이 높은 증가세를 보여 올해 수출 전망도 밝다.
한겨레는 이 같은 수출증가율이 중남미 전체 수출증가율과 같은 수준이라며 폄하했지만 이는 중요한 포인트를 놓친 평가다. 중남미 수출이 늘어난 데에는 한-칠레FTA의 영향이 크다. 한-칠레FTA의 체결 목표 자체가 단순히 칠레만을 대상으로 한 것이 아니라 중남미 거대시장의 거점을 확보한다는 배경이 있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대 중남미 수출증가율은 2003년 -0.7%였으나 한-칠레FTA 발효 이후 2004년 31.4%를 기록한 데 이어 2006년 43.1%로 올라섰다.
칠레와 중남미 수출증가율이 궤를 같이 하는 이유는 한-칠레FTA가 신흥시장인 중남미 지역의 수출을 늘리는 기폭제 역할을 했기 때문이라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