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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립구도, 배신자론, 유시민...민주신당 경선 흥행예감...서프라이즈 펌...
    흐름... 2007. 9. 8. 06:03

    민주신당 대통령 후보 경선의 흥행 예감이 아주 좋다.

     

    영화도 일단 매니아층의 열렬 호응이 있을 때 '뜨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어젯밤(6일) MBC의 백분토론에서 민주신당 경선후보 5인이 출연한 것에 대한 포털 사이트의 반응들을 보니 그렇다.

    민주신당이 그동안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쳤고, 못난 짓도 많이 해 한나라당을 지지하지 않는 사람들에게서도 외면을 받은 것은 사실이지만, 일단 경선 국면으로 들어가면서 분위기가 많이 달라졌다는 것이 곳곳에서 감지된다.

     

    물론 조선일보와 중앙일보는 민주신당 흠집 내기에 여념이 없다.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를 위태롭게 할 수 있는 모든 정치세력들은 조선일보와 중앙일보의 '주적(主敵)'이기 때문일 것이다.

     

    열린우리당에서 참여하기 전까지 민주신당은 사실 '못난이 집합소' 성격을 벗어나지 못했다. 바로 그때 그 '못난이'들이 경선 결과를 놓고 '못난 짓'들을 했던 탓이기도 하겠지만, 조선 중앙의 오늘(7일)자 지면은 상식을 지닌 인간이라면 차마 두 눈 뜨고 보기 어려울 정도로 편파적으로 만들어져 있다. 이런 편파의 자유를 있는 대로 누리는 인간들이 무슨 언론탄압을 받는다고 호들갑을 떨고 나발을 불어대는 것인지.

     

    각설하고 민주신당 경선 후보자 5명(5龍인 셈인가)의 구성은 거의 드라마틱하다고 할 정도로 흥미있는 면면들이어서 일단 경선 흥행의 기본조건을 충족돼 있다고 지난 칼럼에서 이미 지적한 바 있다.

     

    사실 지금처럼 종이신문 전체가 민주신당에 호의적이지 않을뿐더러 조선과 중앙 같은 경우에는 흠집 내는 기사 이외에는 일체 취급조차 않을 경우 방송 이외에는 대안이 없다고 할 수 있다(동아일보는 차마 언론이라고 언급하는 것조차 부끄러울 정도로 편파 그 자체라고 보고 있기 때문에 나는 아예 동아일보는 논하지도 않는다. 세월이 흐른 뒤 동아일보의 종사자들은 현재의 지면 때문에 두고두고 부끄러워할 것이 분명하다).

     

    신문이 희망사항인지 사실보도인지 모를 정도의 편파성을 띠게 되면 방송이 대선 장사(?)에서 이문을 독식하게 되는데, 방송 역시 보도란 측면에서 보면 신문과 '그 나물에 그 밥'인 상태이므로, 사실 전달 요소가 우세한 토론 프로그램이 인기를 끌게 돼 있다.

     

    MBC에서 민주신당 5명의 경선후보를 출연시킨 백분토론은, 민주신당 대통령후보 경선도 한나라당 경선 흥행을 능가할 수 있을 것이란 예감을 주기에 충분했다. 다양한 이유에서 민주신당에 관심을 보내거나 각각 후보들을 지지하고 있는 사람들의 입장에서 보면 정말 5인의 건맨 한 사람 한 사람이 모두 소중해 보인다.

     

    손학규 예비후보나 정동영 예비후보를 지지하는 사람들이라면 이해찬-유시민-한명숙 예비후보의 존재를 고깝게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왜 손학규-정동영 예비후보가 판을 이미 장악하고 있는 민주신당에서 열린우리당과의 합당을 열렬히 희망했겠는가. 손학규-정동영 두 사람의 판이 되어서는 별 관심을 끌 수 없을 것은 물론 이요, 한나라당 반대편 진영의 대표성을 획득하기에도 어렵다는 점이 너무나 명백했기 때문이다.

     

    이 논리의 역(逆)도 성립한다. 참여정부와 노무현 대통령을 부정하고 있는 손학규와 정동영의 집안 잔치에 이해찬-한명숙-유시민 등이 참여하는 것을 불만으로 생각하고 있었던 사람이라 할지라도 어제저녁 백분토론을 봤더라면 그런 생각의 상당부분을 접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손학규-정동영의 존재가 없이 이해찬-유시민-한명숙의 판이 되었다고 생각해보라. 열렬한 지지자들 이외에 일반의 관심을 끌기가 쉽지는 않았을 것이다.

     

    5년 전에도 그랬다. 당시 민주당 국민경선에서 이인제가 없었다고 생각해보라(물론 그럴 일은 있지도 않았겠지만). 요점은 대립구도 없이는 흥행도 없다는 사실이다. 한나라당 경선은 사실 재미없는 경선이었다. '빅2'의 대결만큼 재미없는 경우는 없다.

     

    그러나 기묘하게도 이명박 후보와 박근혜 씨는 매우 대조적인 면을 많이 가지고 있어서 같은 당내에서도 대립구도가 가능했다. 이명박 진영의 누군가가 얘기했듯이 이명박 진영은 '개혁주체'이고 박근혜 진영은 '개혁대상'이란 이분법이 어느 정도 먹혀들어가는 상황이었다는 얘기다.

     

    물론 광주학살의 핏속에서 집권한 전두환이 만든 민정당을 모태로 하고 있는 한나라당에서, 그 당의 당적을 가진 후보들이 누구는 개혁주체이고 누구는 개혁대상이라고 하는 것 자체가 코미디다. 전두환이 개혁하겠다고 나섰던 것과 별로 다르지 않다. 그러나 그런 이분법이 먹혀들어갈 수 있는 두 사람 간의 명백한 콘트라스트와 대립구도가 흥행요인이었다는 점은 분명하다.

     

    이런 측면에서 민주신당 경선주자 5인들의 경우 크게는 손학규-정동영 vs 이해찬-유시민-한명숙의 대립구도를 갖고 있으며, 열린우리당의 창당과정과 이후 평가문제를 놓고서는 정동영 vs 유시민이란 예각의 대립구도가 병렬돼 있다. 또한, 한나라당적으로 경기지사를 했던 사람(손학규)과, 이 정권에서 각기 총리(이해찬-한명숙)와 장관(정동영-유시민)이란 대립구도도 존재하고 있다.

     

    하나만 있어도 재미있는 대립구도가 최소한 3개 이상 존재하고 있다는 얘기다. 과거 한나라당의 이회창 씨가 후보경선에 나섰을 때 모두 9명이 경쟁하고 있어 '9룡(龍)'이란 말도 나왔으나 실은 1명만이 용(龍)이었고 나머지는 토룡(土龍)이었다고나 할까, 게임 자체가 되질 않았었다.

     

    그러나 민주신당의 5명 후보는 예선에서 꼴찌를 했던 한명숙도 만만하게 볼 사람이 아니다. 20%대에서 10%까지 득표율은 달랐지만, 언제든 순위바꿈이 가능한 수준의 격차에 불과한, 말하자면 각기 경쟁력이 있는 사람들로 구성돼 있다. 이런 5명의 첫 대국민 접촉장소인 백분토론이 달아오르지 않았다면 오히려 그것이 더 이상했을 것이다.

     

    손학규에 대해 이런저런 말들이 많지만, 나는 민주신당 경선을 위해 아주 소중한 존재라고 평가한다. 손학규는 한나라당을 이탈해 그 반대편의 경선에 뛰어들었고. 게다가 지지율이나 여러 각종 데이터 면에서 현재까지 1위를 질주하고 있기 때문에 그의 존재 자체와 진로, 전망 등은 민주신당을 지지하는 사람이건 한나라당을 지지하는 사람이건 간에 모두에게 흥미를 끌 요건을 갖추고 있다.

     

    한나라당 지지자의 입장에서 보면 '배신자'가 얼마나 잘되는지 보자는 심리와 함께, 이명박 후보 지지율의 10분의 1도 안됐던 사람이 여당 후보가 되면 낙승할 수 있지 않을 것인가 하는 기대심리가 교차해 있을 것이다.

     

    반면 오리지널 노무현 대통령 지지자들의 견지에서 배신자 역할은 누가 하고 있을까. 단연 정동영이다. 이 정권에서 온갖 귀여움은 독차지하는 황태자 노릇을 하다가 새벽이 오기 전에 이 정권을 부인한 그 이력이 예수와 베드로 간의 구조와 너무나 흡사하지 않은가.

     

    햄릿과 같은 세익스피어 극의 핵심적 재미도 실은 배신자의 존재에서 비롯되고 있다는 견해가 있다. 민주신당 경선 구조 내에 있는 복잡다기한 배신관계와 그 육화된 후보로서 손학규-정동영이 있다는 점은 민주신당 대통령 후보 경선의 재미를 배가시켜주는 결정적 요소라고 할 것이다.

     

    그러나 유시민의 존재가 없었더라면 이런 구조 속에서도 그 흥미가 30% 이상 격감했을 것이 분명하다고 본다. 그는 정말 핵심을 짚을 줄 아는 극소수의 정치인 가운데 한 사람이다. 판의 흐름을 읽는 시야도 넓고 무엇보다도 판단력이 탁월하다. 그가 참여하는 토론을 보면 정말 나의 이런 평가가 객관적이란 점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유시민의 이런 능력이 경선 흥행의 요소라는 것은 아니다. 이런 능력 면에서 유시민보다 더 탁월한 사람을 찾아보면 없지는 않을 것이다.

     

    유시민은 나머지 4명의 예비후보가 갖고 있지 못한 젊음을 갖고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유시민이 질시를 받고, 심지어는 싸가지 없다는 평가까지 받는 것은 오직 그가 젊기 때문이다. 같은 연배에서 가장 잘 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유시민은 70년대 후반 학번으로 나이는 50에 조금 못 미치는 40대 후반이다. 물론 먹을 만큼 먹은 나이지만, 대통령 후보로서는 70년대 초반 두 김 씨의 40대 기수론 이후 30여 년 만에 처음 보는 40대 후보다(물론 유의미한 수준의 정당 예비후보로서 그렇다는 의미다. 무소속이나 군소정당의 후보 가운데 40대 후보가 있었을 수도 있다).

     

    유시민이 젊은 나이에 보건복지부 장관으로 발탁되고 하는 것을 동년배 혹은 비슷한 나이의 후배 정치인들이 보면 "오로지 노 대통령 경호실장 역할을 충실히 했기 때문"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정치인 치고 자기가 못났다고 느끼는 사람은 단 한 사람도 없다. 잘되는 것은 자신이 잘나서이며, 못 되는 것은 모두 남 탓이란 매우 편리한 사고방식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정치인으로 갈 확률이 높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하지 않은가.

     

    많은 사람으로부터 질시를 받는 유시민. 그보다 수천 배, 수만 배 많은 사람을 팬으로 거느리고 있는 유시민. 이 유시민으로 인해 민주신당 대통령 후보 경선에 대한 일반의 관심이 증폭되고 있다는 사실만큼은 부인하기 어려운 것 같다. 따라서 경선 초반 흥행의 주요한 요소인 유시민을 포기시키려는 노력은 옳지 않다. 유시민 없이 손학규-정동영과의 대립구도에 예리한 각이 전혀 나오질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느 시점에 이해찬-유시민-한명숙의 후보단일화가 될 것이냐는 점을 놓고 설왕설래하는 것 자체도 흥행을 가속화시킬 수 있다. 이래저래 민주신당 경선은 매우 재미있을 것이 분명해 보인다.

     

    사족) 사실 정치를 오래 지켜봐 왔던 나 같은 사람은 문국현 같은 정치신인을 크게 쳐주지 않는다. 문국현을 잘 아는 분들, 문국현 같은 사람이야말로 진정한 정치인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 분들에게는 조금 섭섭할지 모르겠지만, 대통령 선거와 같은 큰 게임에서는 메인스트림을 벗어나서 성공하기는 매우 힘들다.

     

    만일 문국현이 민주신당 경선의 틀 속에 들어와서 5인 후보 속에 끼었더라면 수백만 시청자들의 눈앞에 그의 '품질'을 선전할 수 있었을 것이다. 원래 정치신인에 대한 국민의 관심을 초반에 불러일으키는 역할은 종이신문들이 해왔다. 하지만, 현재의 종이신문들은 일치단결해서 이명박 대통령 만들기에 올인해 있는 상황이다(아닌 신문도 있지만 대국적 견지에서는 뭐 대동소이하다고 나는 판단하고 있다). 그런 판에 종이신문들이 문국현에까지 관심을 기울일 여지는 거의 없다.

     

    메인스트림의 틀 바깥에서 성공한다는 것은 어떤 분야에서든 쉽지 않지만, 특히 불특정 다수의 수천만 국민을 상대로 하는 대통령선거에서는 그 성공을 기약하기가 대단히 어렵다는 점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문국현으로서는, 이런 불리한 환경을 딛고 개인지지율을 10% 선까지 끌어올릴 수만 있다면 어느 정도 타개의 길이 보일 수 있을 것이다. 그것 자체도 쉽지 않다. 하지만, 그렇게 됐다손 치더라도 민주신당에서 확정된 후보의 지지율과의 상관관계도 절묘한 균형을 이뤄야 한다. 과거 노무현 대통령과 정몽준 씨의 후보단일화 상황과 흡사해야 한다.

     

    후보단일화를 하는 행운을 맞이했다 치자. 그랬을 때 문국현이 후보가 된다는 보장이 어디 있는가. 결국, 파트너가 될 공산이 더 크다. 또 파트너가 되든가, 운이 아주 좋아 범여권(이런 용어 싫어하지만 반한나라당 진영이라고 부르기도 뭣하지 않은가)의 후보가 됐다고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를 이길 가능성도 그렇게 크다고 보긴 어렵다. 적어도 현재로서는 말이다.

     

    따라서 지금 단계에서는 문국현을 언급하는 것만으로도 그를 충분히 과대평가해 주는 것이라고 해도 지나친 말은 아니다. 문국현의 '품질'이 지지자들의 평가 그대로라 할지라도, 그것을 일반으로부터 인정받는 것은 자신에게 달린 문제이지 그를 지켜보는 객관적 관찰자에게 달린 문제는 아니란 얘기다.

     

    그러나 민주신당의 외곽에 문국현이 포진하고 있다는 그 사실은 민주신당의 경선 흥행에 도움이 되면 됐지 저해요소는 아니다.

     

    ⓒ 서영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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