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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을 도박 하우스 난전판으로 개조하는 모리배들...서프라이즈 펌...흐름... 2008. 1. 28. 08:17
내가 글을 쓸 수 있게 된 것은 순전히 나의 작은형 때문이다. 짧은 생각이나마 어설픈 글로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을 가르쳐준 사랑하는 나의 형은 지금 우여곡절 끝에 사교육 업계에 몸담고 계신다. 며칠 전 술을 함께 마셨는데 대한민국 교육에 대한 형의 결론은 담백하다. 자신의 아이들을 상위 4%에 진입하기 위한 무제한 총력전이라는 거다.
로또 복권의 본질은 무엇인가. 수백, 수천만 명이 돈을 모아 제비뽑기로 한 놈에게 몰아주는 놀이이다. 대한민국의 교육도 마찬가지이다. SKY대학, 의대, 법대, 치대, 한의대 등 현찰 잘 벌어줄 확률이 높은 대학에 들어가려면 성적은 무조건 상위 4% 안에 들어야 한다. 가식과 위선으로 본질을 숨기려고 해도 진실은 그거 하나이다.
화려한 조명 받는 직업들이 있다. 예체능과 연예분야이다. 이쪽의 성공확률은 몇%나 될까. '원더걸스'나, '소녀시대'급으로 대박을 터뜨릴 확률은 연예기획사 쪽 이야기를 액면 그대로 믿는다면 1% 전후이다. 예체능도 4%보다는 높지 않을 것 같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쪽 분야는 타고난 끼가 있어야 하고, '평범한 공부'와 비교할 때 소요되는 현찰과 부모의 노동력(?)이 장난이 아니다. 부모는 직장 나가 돈 벌고 그 시간에 아이를 학원에 보내는 것으로는 게임이 안된다. 부모가 아이와 함께 '작전을 뛰어야' 답이 나오는 동네가 예체능 연예분야이다.
결국, 대다수 '평범한' 부모들은 '평범한' 공부 전선에서 4% 고지 점령을 위한 총력전을 전개할 수밖에 없다. 총력전에서 아이들 입시에 성공하는 3대 핵심 전력은? 할아버지의 재력(부모 재력은 명함도 못 내민다), 엄마의 정보력, 그리고 아이의 체력이란다. 아이에게는 아무것도 필요 없고 '지옥의 강행군'을 견뎌낼 체력만 있으면 된다는 거다.
4% 고지 점령 레이스는 아이가 어린이집에 들어가는 순간부터 시작된다. 초반부터 '풀베팅 강공'으로 밀어붙이는 부모들도 있다. 하지만 대다수 부모들은 무난한 타협을 한다. 아직 레이스가 초반이므로 남들 하는 만큼 '따라가기 배팅'을 하는 거다. (내 아이들도 그렇게 가고 있다.)
내 아이에게 공부에 필요한 최소한의 집중력과 학습능력이 결여되어 있음을 깨닫는 부모들은 초반에 이미 레이스를 포기한다. 현찰 동원 능력이 떨어지는 부모도 마찬가지이다. 레이스가 진행되면서, 즉 아이의 학년이 올라가면서 학습능력과 배팅능력의 변별력은 점점 커지게 되고 포기하는 사람이 늘어날수록 남아있는 사람이 걸어야 하는 판돈(아이의 체력과 엄마의 정보 수집력과 할아버지의 현찰)은 더더욱 커지게 된다.
한마디로 포커 도박판이다. 포커판에서 마지막 히든카드 한 장을 받기 위해서 들어가는 판돈이 가장 비싼 것처럼 내 아이가 상위 4% 고지를 밟고 설 수 있을지 확인하는 과정도 마찬가지이다. 누구나 내 아이는 특별하다고 믿고 싶은 것이, 특별하지 않더라도 특별하게 키워주고 싶은 것이 부모 마음이다. 포커 도박을 하면서 누구나 나는 돈을 딸 수 있다고 믿는 것처럼.
포커도박에서는 게임을 포기하는 '다이 시점'이 중요하다. 비전 없는 패라고 생각하면 그냥 죽어버려야 한다. 그 타이밍을 놓치면 관성으로, 들어간 판돈이 아까워서라도 마지막 히든카드까지 판돈 퍼부으면서 따라갈 수밖에 없다. 결과는? 4% 확률로 돈을 따고 96% 확률로 올인이다.
이명박과 인수위 종자들이 영어 몰입 교육 정책을 들고 나왔다, 공공 교육기관의 국가 공용어를 한순간에 바꾸어 버리겠다는 만행을 자행하겠다고 공언을 한다. 나는 저들의 의식 저변에 도사리고 있는 처절한 열등감을 보게 된다. 자신의 피부색을 저주하여 얼굴에 난도질을 되풀이한 끝에 괴물이 되어버린 흑인 가수 마이클 잭슨, 쥐뿔도 없는 개털 인생 주제에 조선일보를 읽으면 자신도 이명박이 대가리 조아리는 방사장이라도 된 듯한 착각에 빠져서 조선일보를 구독률 1위 신문으로 올려주는 가련한 인생들, 머리통에 전공과목 지식 하나 없이도 영어만 주절거리면 엘리트 대접을 받는 대한민국 사회의 자화상…… 모두가 처절한 열등감의 지배를 받고 있다. 영어 몰입화 교육은 이명박과 그를 지지하는 국민 모두가 공통 정서로 향유하고 있는 비굴한 열등감 마케팅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것이다.
그러나 나는 이명박과 그를 따르는 모리배들을 움직이는 것이 현찰이라는 당연한 진실을 계산에 넣지 못했다. 사교육 업계에서는 아무도 당신이 아이가 96%에 속한다는 사소한 진실을 알려주지 않는다. 손님을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저 자신들의 가게에 아이를 맡겨주면 그래서 아이가 '졸라게 열공하면' 4% 고지 점령이라는 로또 당첨이 가능할 수도 있다고 말할 뿐이다.
특목고니, 자사고니, 외국어 고등학교니, 영어교육이니 모두가 4% 고지 점령을 위한 비장의 무기를 장착하는 과정에 지나지 않는다. 무기 장착에는 돈이 들어간다. 부모가 돈을 퍼부으면 그 돈을 받아먹고 배를 불리는 업자들도 필연적으로 존재하기 마련이다. 아이를 인질로 하여 끊임없이 배팅을 요구한다. 판돈 없으면? 히든카드 못 보는 거다. '다이' 해야 한다.
요즘 웬만한 아이들 초등학교 입학 전에 한글을 깨우친다. 고교에서 영어를 공용어로 사용하면? 중학교 때 영어를 마스터해야 한다. 이건 판돈을 키우자는 수작이다. 판돈 딸리는 저렴한 인생들 후딱 다이 시키고 큰손들끼리 화끈한 포커판을 벌이자는 거다. 까놓고 생각해 보자. 고교에 들어가려면 영어장벽을 일단 넘어야 한다. 그럼 경쟁이 끝나리라고 생각하는가? 천만에. 영어 마스터한 놈들끼리 대가리 터지게 판돈 올려서 다시 배팅싸움 들어가는 거다. 이게 진실이다.
나는 이러한 생각이 나만의 망상이기를 바랬다. 그러나 인수위원장 아줌마네 학교가 영어를 공용화할 때 가장 장사가 잘되리라는 기사를 접하고는 개자식 유전자는 원자폭탄 직격으로 맞는 방사선을 퍼부어도 절대로 개조 불가능하다는 불변의 진리를 깨우쳤다. 확실히 이 개자식들은 돈 지랄 난전을 벌여도 차원이 다르다. 수요자인 학생과 학부모 등쳐먹는 장사로는 배가 고픈 거다. 그래서 공급자인 교사들에게도 학교에서 밥 벌어먹고 살려면 영어를 마스터하기 위한 출전비를 내라는 거다. 졌다. 교육 현장을 초고가 도박 하우스로 리모델링하는 이들의 집요한 탐욕에 나는 정말 할 말이 없다.
사람의 직업에 따라 삶의 질이 극과 극으로 갈리는 현실을 바꿀 수 없다면 4% 고지 점령을 위한 총력전은 피해갈 수 없다. 문제는 어떻게 경쟁시키는 것이 제대로 된 4%를 가려낼 수 있느냐, 나머지 96%에게도 올인이라는 참담한 결과가 아닌, 참가한 것 자체만으로도 유형이든 무형이든 도움이 될 수 있는 무엇을 남겨줄 수 있느냐, 또 무엇보다도 이 총력전의 본질을 포커 도박판이 아닌, 누구나 게임의 룰과 결과에 승복할 수 있는 공정한 경쟁으로 만들 수 있을 지를 고민해야 한다는 거다.
당신의 자녀들이 '잘 나가는 대학'에 갈 수 있는 확률은 4%이다. 이 진실을 외면한 상태에서는 어떠한 교육정책도 성공을 거둘 수 없다. 할아버지의 재력과 엄마의 정보력과 아이의 체력만 있으면 4% 고지를 점령할 수 있다는 믿음이 신화로 자리 잡아 모든 부모들의 가슴에서 그 생명력을 잃지 않는 한.
고교 영어 공용화 정책은 이명박과 모리배들이 유전적으로 간직한 영어민에 대한 열등감과 재물에 대한 집요한 탐욕이 빚어낸 재앙의 전주곡이다. 한 줌 잡범들의 열등감과 탐욕으로 인해 생각하는 방식마저 영어식으로 강요당해야 한다는 것은 아이들 가슴에 깊게 패여지는 또 하나의 '경부운하'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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