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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에서 싸워야 하는가...월간 온오프 펌...흐름... 2006. 6. 29. 03:29
개혁 대 수구, 진보 대 보수, 좌파 대 우파? NO!
정치권 vs 국민 간의 전선이 맞다
요새 온오프에서 한나라당을 보는 관점에 대한 논의가 벌어졌다. 여유가 없어 뒤늦게나마 의견을 말해본다. 요점은 대한민국 정치의 전선을 어디에 두느냐가 아닌가 한다.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이 땅엔 수많은 전선들이 존재한다. 개혁 대 수구, 진보 대 보수, 좌파 대 우파, 그리고 이런 모순들이 뒤섞여 있는 열린우리당 대 한나라당의 전선. 지금껏 정치인들과 국민은 열린우리당(과거 민주당 등을 포함)과 한나라당(과거 신한국당, 민자당, 민정당 등을 포함)의 대결이 벌어지는 전선을 중심으로 사고해왔고 정치를 바라봤다. 정말 그 지점이 대한민국 정치의 모순이 격돌하는 지점인가?
이런 관점에 반기를 든 정치인이 한 명 있었다. 바로 노무현이다.
그의 주장은 보다 문제되는 전선은 따로 있다는 거다. 그건 바로 정치권 vs 非 정치권 의 전선이다. 달리 말해 정치권 vs 국민 간의 전선이라고 할 수도 있다.
노무현은 2급수다. 분명 차떼기하고 맥주병 던지고 가슴 주물럭거리는 놈들보다 상대적으로 우월하다. 하지만 정치권과 국민 사이의 전선이 가로 막혀있는 한 다 똑같은 놈들일 뿐이다. 정치하는 놈들은 다 그렇고 그런 놈들이다. 거기에 최악과 차악, 혹은 차선을 구별하려는 노력이 있을 리 없다. 정치란 더러운 거고, 정치하는 놈들은 다 더러운 놈들이기 때문이다. 정치인의 말에 최소한의 신뢰도 없다.
왜 이런가? 우선 언론의 문제가 있다. 쓰레기 언론들은 잘하는 거 칭찬하지 않는다. 당파성을 의심받기 때문이다. 더러운 정치에 발을 담그기 싫기 때문이다. 그저 홀로 깨끗하게 입바른 소리만 하고 싶기 때문이다. 그래서 중국 원전 입찰 실패는 1면 머릿기사로 나지만, 참여정부의 유전개발 참여는 온오프 아니면 실리기 어렵다.
또 하나 중요한 문제가 있다. 바로 지역구도다
지역구도는 편을 갈라 욕하는 구도다. 호남에 가서 한나라당 욕하고 전두환 욕하면 표가 나온다. 영남에 가서 열린우리당 욕하고 DJ나 노무현 욕하면 표 나온다. 이런 현상을 구조화한 것이 지역구도다. 여기에 무슨 진보가 있고 보수가 있으며, 좌파가 있고 우파가 있나. 그래서 지역구도는 진보에 우선한다.
김동렬님이 자주 드는 예가 있다.
횟집 정문에 '우리 횟집은 비브리오, 장티푸스 균이 없는 깨끗한 생선만을 취급합니다' 이렇게 써 놓으면, 소비자는 그 집의 '상대적 깨끗함'을 보고 그 집에 들어가는 게 아니라 '횟집업계' 전체의 비위생을 떠올리며 아예 횟집을 안찾게 된다는 얘기.
지역구도가 딱 그 꼴이다. 정치인들이 자기들 편의를 위해 국민을 동원해서 편 갈라 싸우다보니 정치권 전체가 불신된다. 이게 바로 정치권과 국민 사이의 벽이고 전선이다. 이런 구도에서 아무리 상대적 우위를 주장해봤자 국민들 눈엔 우습다는 얘기다. 열린우리당이 아무리 한나라당보다 깨끗함을 주장하고, 정책방향이 옳음을 주장해봤자 지역구도의 벽이 있는 한 국민들 눈엔 똑같다는 얘기다. 똑같은데 뭐 하러 신상품을 고르나. 그저 오래 전부터 써오던, 익숙한 상품을 고르게 된다.
대연정은 지역구도 해소를 위해서라면 한나라당과도 연합정권을 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달리 말하면, 정치권과 국민간의 전선을 해소하기 위해서라면 다른 전선은 잠시 덮을 수도 있다는 절실함이다. 정말 해소해야 할 전선은 여기가 아니라 다른 곳이라고 외치는 소리다.
두루객님은 한나라당의 역사와 근본을 얘기하면서 논의의 상대가 안 된다고 한다. 그런 분들에게 협력과 화합의 상대는 더더욱 아닐 것이다. 불쏘시개님은 전국정당이 시대의 요구라고 하신다. 지역구도를 타파하자는 거다. 맞다. 근데 열린우리당이 힘을 내면 전국정당이 될까? 탄핵이란 핵폭탄이 떨어져도 꿈쩍 않고 오히려 단단하게 뭉치는 게 지역주의고 지역구도다. 이런 상황에서 무슨 수로 전국정당을 할까? 지역구도가 단단히 버티고 있고, 정치인들이 그 안에서 기생하고 있는 한 전국정당은 어렵다.
열린우리당의 어중이떠중이들은 전국정당이라고 하니 뭔가 좋은 건가 보다 하고 모였는지 모르겠지만, 자기 발밑의 기득권을 버릴 각오 없이는 전국정당과 지역구도 타파 어림도 없다. 지금 열우당 의원들을 보자. 대연정 제안 때 대통령 욕하기 바빴다. 지금까지 선거제도 개편을 입에 올리는 놈 몇 놈이나 있었나. 열린우리당도 우리 정치의 근본모순인 지역구도에 기생하기는 마찬가지다. 열린우리당 의원이 200명이면 지역구도 없어지고 선거제도 개편될까? 지금보다 쉽진않을껄?
노무현 대통령은 국회의원 시절, TV 토론에서 '한나라당 칭찬 한 가지만 해달라' 는 사회자의 부탁에 굉장히 난감해하며 '아무리 생각해봐도 잘..', 이렇게 끝내 입을 다물었었다. 한나라당이 나쁜 놈들인 건 누구보다 노무현 대통령이 잘 안다는 말이다. 5공 청문회에서 명패를 던지던 노무현이 설마 두루객이나 불쏘시개님보다 한나라당의 근본에 대해 덜 분노할까?
하지만 박정희가 죽고, 전두환과 노태우가 몇 천억씩을 해먹고, 광주의 실상이 알려지고, IMF가 터져 살림이 거덜 나도 여전히 한나라당은 영남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고 있고 전 국민의 40%에 가까운 국민이 지지한다. 망각의 때문일 수도 있고, 한나라당이 스스로 변화해 왔기 때문일 수도 있다. 하지만 더욱 중요한 건 지역구도 때문이고, 그 안에서 여든 야든 정치인들은 결국 적대적으로 공생하는 사이일 뿐이고, 국민은 정치꾼들의 계략에 휩쓸려 편이 갈려져서 엉뚱한 전선에서 총부리를 들고 서로 싸우고 있다는 사실이다.
노무현은 우리에게 정말 치열하게 싸워야 할 모순이 어느 지점에 있는지 알려주고 있다. 노무현 개인의 감정으로는 한나라당 없어져야 하겠지만, 그래선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음을 말해주고 있다. 그래서 감정은 접고, 정치꾼들이 사기로 만든 전선은 깨뜨리고, 정말 중요한 문제에 머리를 모아보자고 한다.
어디에서 싸워야 하는가?
무엇을 얻어내야 하는가?
좀 더 고민해봐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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