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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체에 대한 가람이 생각(0) - 방송매체 VS 인쇄매체...서프라이즈 펌...흐름... 2006. 6. 28. 06:57매체에 대한 가람이 생각(0) - 방송매체 VS 인쇄매체
"매체의 특성과 효과 그리고 시스템에 대해 연구하실 의향은 없으십니까?"
일전에 유시민의원이 지역에서 당원과의 대화를 한적 있었습니다. 당원들 질문하는 시간에 꼭 하고팠지만 망설이다 기회를 놓친 제안이었습니다. 그땐 몰랐는데 왜 지나면서 자꾸만 생각나고 안타까운거 있죠. 입이 근질거려 이 공간에라도 풀어보고파서 이제사 글을 써봅니다.
한편에 다 담을 수 없는 내용이라 틈나는 대로 써보고자 합니다. 다만, 저는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글 중에 오류 혹은 오해가 많을 수 있습니다. 글이 그럴듯 하다고 하여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셔도 안되고 혹 의견이 있으신 분께는 기탄없는 가르침을 부탁드립니다.
0. 조아세 (조선일보 없는 아름다운 세상)
과거 조아세가 꽤 많은 호응을 얻으면서 진행됐다. 안티조선을 필두로 조선일보의 친일행위를 보고하거나 스티커를 제작 배포하는 등의 활동을 했으나 결국 지리멸렬해 졌다.
참여했던 분들의 정치적인 성향이나 운동의 한계등으로 인해 좌초된 측면도 있지만 내가 보기엔 기본적인 부분에서 몇 가지 오류가 있었고, 그중 하나가 매체의 특성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고 생각한다.
야서혼(野鼠婚)의 돌부처가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모진 폭풍이 아니라 발밑을 파고드는 두더지였음과 같이 기성매체에 대항하기 위해서는 그 기반을 허물기 위한 작업을 해야한다. 모든 것은 강점과 약점이 있게 마련이고 싸움의 핵심은 강한 것으로 약한 것을 파고드는 데 있다.
개혁세력이 지난 수년의 시간을 엉뚱한데 허비하는 동안 인터넷공간의 약점만 극대화되기에 이르렀으며, 조아세의 실패에 이어 온라인공간의 실패를 목전에 두고있다. 공룡기업이 된 포탈이 날뛰고 군소 사이트들은 구식 시스템의 취약성에 허덕이고 있다. 이제 그 원인과 대책을 논의해 볼 필요가 있다.
우선 매체에 대한 이해로 출발한다.
1. 일방향 매체 : 방송매체 VS 인쇄매체
일방향 매체는 과거 역사에서 권력자의 권력유지 수단이었다. 현대에 와서는 이것이 산업의 형태를 띄면서 권력이동이 발생한다. 매체를 이용하고자 하는 권력자와 매체산업 종사자 사이의 분점이라 볼 수 있다. 최상층의 권력집단에 의해 독점되던 과거와는 달리 매체산업이 된 이후에 두드러진 현상 중 하나는 시민에 의한 통제가 어렵다는 점이다.
매체의 특성상 일방향구조로 언로를 독점하고 있으며, 동시에 정치권력의 제도밖에 있음으로 인해 시민의 정치력에 의한 통제도 어려워지는 것이다. 매체의 이득을 추구함에는 거리낌 없는 편집권을 행사함에도 불구하고 외부의 이의제기에 대해서는 국민의 일부로 혹은 약자로 자처하면서 빠져나가는 방식이다.
대량생산 대량소비에 걸맞게 현대화된 일방향 매체는 매체수단과 유통경로까지 독점하는 과정에서 자본의 집중현상이 나타난다. 이때문에 매체산업에 대한 진입장벽이 높아질 수밖에 없으며 그 수요구조 또한 특정매체에만 집중화되고 이 과정에서 자본투여→대량생산→대량소비→자본집중 형태의 순환구조를 가진다.
이와는 달리 정치권력은 민주화로 인해 축소되어왔으며 정치권의 권력이 축소된 만큼 매체산업의 권력증대로 귀결되었다. 민주화의 목적은 폭압정치를 자행한 권력으로부터 국민을 해방시키고 그 권력을 국민에게 돌리는 것이었으나, 민주화의 열매가 기층민중에게 도달하기는커녕 중간지대의 권력자들에 의해 가로채이고 보다 교묘하게 왜곡되어가고 있는 형국이다. 당권을 내놓은 대통령과 그 당권을 당원으로부터 가로챈 정치인들의 모습이 어쩜 이리도 절묘하게 교차될까?
2. 방송매체
방송매체는 영상이나 소리를 통해서 보다 감각적인 전달방식을 장점으로 한다. 해서 방송매체는 보다 단순하고 임팩트한 사안에 강점을 가진다. 해석이 단순하고 명료한 반면에 시시비비가 주는 인상이 강렬할 경우 방송의 위력이 발휘되는 것이다. 그 대표적인 예가 탄핵과 월드컵이다. 월드컵 경기를 방송이 아닌 신문지면의 해설을 통해 보고자 하는 사람은 없다는 것이 그 반증이다.
이성적인 판단과 분석보다는 매체가 전달해 주는 정보가 즉각적으로 해석되고 마음을 움직일 때 위력을 발휘한다는 것이다. 충격적인 영상과 감정을 자극할 만한 발언의 녹취가 있을 경우 혹은 현재진행형인 사건의 실황중계에 강점이 있다. 그래서 혁명이 일어나면 방송국부터 차지하고 보는 것이다.
또한 방송에서 다루는 자료의 대부분이 외부로부터 취한 영상, 음성자료이다. 어떻게 어떤 장면을 찍었든 영상과 음성의 자료는 실재했었다는 것 때문에 보도의 진실성을 과대포장하게 된다. 시청자에게 있어서 이런 자료들은 보도내용의 적절성 여부를 떠나서 내용 전체를 그대로의 진실로 인지하도록 강제하는 효과가 있다. 미국에서 있었던 화성인의 지구침략 소동이라던가 영국 BBC의 만우절 방송이 일순간 사실로 인식되는 이유다.
반면 방송매체는 시간제약을 받게 된다. 이점을 타개하기 위해 연중기획이라든가 다큐 등의 제작을 하지만 그도 역부족이다. 새로운 이슈가 생산되면 매체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밀려드는 뉴스를 따라갈 수밖에 없는 구조이며, 한편으로 제약된 시간내에 담아낼 수 있는 정보의 양이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이때문에 방송은 자주 오버를 하게 된다. 자신의 강점인 영상, 음향효과등을 극대화하는 과정에 나쁜 것은 보다 나쁘게 좋은 것은 보다 좋게 보이도록 이미지 메이킹을 자행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럴수록 "사실보도"를 강변한다.
방송이 일련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시간이 갈수록 심층화된 영향력을 행사하기 어려운 이유 중의 하나는 민감한 사안에 대한 강의식 보도를 할 수 없다는데 있다. 인쇄매체와는 달리 동시에 여러 사람의 참여가 가능한 구조이기 때문에 이해가 걸린 각계각층의 소리를 담아내지 않으면 편중보도로 비판받기 때문이다. 이경우 방송이 특정사안을 집중조명하려고 해도 참여자들 간의 중언부언, 말꼬리잡기, 본질흐리기 등의 행위가 있게 되면 문제의 심층부를 건드리지 못하고 흐지부지되는 경우가 많다. 심하게 표현하면 말싸움 경연대회에 머물고 마는 것이다.
결론 : 방송매체는 현재진행형―단기간의 간단 명료한 사안에 강하고 복잡하거나 늘어지는 사안에 약하다.
3. 인쇄매체
방송이 시간의 흐름 속에 인간의 기억능력과 함께 감퇴되는 속성을 가진다면 글은 시간이 갈수록 해석과 주석이 덧붙여지면서 보다 구체화되기도 한다. 동시대 사람들을 감화시킨 것은 뛰어난 사람의 존재에서 나오는 영향력이었지만 후대 인류의 역사를 가른 것은 사람의 말이 아니라 글이었다. 확실히 펜은 칼보다 강하다. 그리고 오늘날 자본주의 체제에 있어 통탄스런 점은 사주는 펜보다 강하다는 사실이다.
인쇄매체의 장단점은 방송의 반대로 보면 된다. 사안이 상대적으로 복잡하고 뒤틀려있을 경우 인쇄매체는 해석의 틀을 제공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 각종 도표와 복잡하게 얽혀있는 권력관계들 그리고 사회현상을 해석해야 하는 틀거리를 방송을 통해서 제공받는 경우가 얼마나 있을까? 아마도 EBS 교육방송밖에는 없을 것이다. 그나마도 칠판에 교재까지 펴놓고 강의하는 이유를 생각해 볼 일이다.
어떤 사건이 불거지는 시나리오를 보자.
사건이 터지면 뉴스에 오른다. 탄핵과 같은 중차대한 경우가 아니라면 많으면 세꼭지 적으면 한꼭지 길어야 10분 안쪽에서 사건이 벌어진 중심 인물과 주변인물을 토대로 뉴스를 탄다. 이때 시청자는 내막이 뭔지는 자세히 몰라도 그 사건이 사실임을 명확하게 인지한다.
그다음날 신문지상에 사건이 등장한다. 사설이 뜨고 뉴스에서 다루지 않았던 숨겨진 이야기들이 익명의 제보자를 타고 튀어나온다. " ~~라면"으로 시작되는 칼럼도 실리고 가정을 전제로 해석의 틀이 제공된다. 이때 사건과 관련된 적절한 통계나 외부집단의 언명이 있으면 기사안에 붙여넣는다. 널린게 통계나 발언이다. 얼마든지 입맛에 맞게 선택할 수 있다.
사건이 진행되고 드러난 사실들이 증가하면 방송은 자기목소리를 내기 어려워진다. 드러난 것만을 보도하기도 벅차기 때문이다. 이때 방송에서 다룰 수 있는게 시사토론 프로그램이다. 그러나 시사토론 프로그램은 적절한 선에서 문제를 드러내는 수준에 머물고 만다.
그러나 인쇄매체는 다르다. 한탄조의 "조선놈은 안돼"서부터 자못 군자스런 어투의 훈장질까지 나가고 빠지지 않는 건 조직도 그리기다. 필요한 사실들은 널려있다. 대한민국에서 서너다리 걸처서 연결되지 않는 사람 없고 하다못해 어투가 비슷해서 아니면 태어난 동네가 100km안에 위치해서도 이유가 된다. 왜곡의 극치를 달려도 확인할 방법이 없고 거짓이 아닌 이상 논란거리가 되지 못한다. 이때쯤 되면 찌라시급 주간지들이 소설을 쓴다. 무슨무슨 내막 혹은 숨겨진 진실 등등의 익명에 추리기사다.
사태가 안정화되고 결과가 원하던 바가 아니면 다른 영역으로 주제를 돌린다. 만일 사태의 결과가 한마디 할 거리가 된다던가 일말의 여지에 남음이 있다면 그대로 정권차원의 의혹거리가 된다. 소위 말하는 시중의 의혹은 매체가 말하고 싶은 의혹의 다름아니다. 왜? 대한민국의 4800만이 4800만가지의 생각을 하고 살고있고 매체가 원하는 의혹거리는 얼마든지 취사선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인쇄매체를 두고 프레임이란 얘기들을 하는데 일련의 과정을 거치면서 각각의 사건에서 장기적인 프레임에 합치시킬 수 있는 부분들을 엮어 넣는다. 역시 세상의 모든 것은 다면적인 측면이 있기 때문에 경중을 가리지 않는다면 원하는 특징을 취사선택할 수 있다. 비가 오는 건 짚신 장수 때문에 나쁘고 비가 안오면 우산장수가 손해본다는 식이다.
동일한 논조의 지면을 통해서 반복적으로 일관된 시각을 전파하면서 독자에게 하나의 세계관을 형성토록 하면 장기적으로 위력을 발휘하게 된다. 여론에 민감하게 처신하는 유명인들과 제공된 프레임으로 세상을 보는 구독자가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매일 집 앞으로 배달되는 인쇄매체에게 정기구독자는 농군의 종자같은 존재다. 여기서 의도한 여론이 만들어지고 수입이 형성되고 매체를 흔드는 세력에 대한 무기가 양산된다. 바로 이 해석의 틀과 그 틀만으로 세상을 재단하는 정기구독자와 말 한마디에 줏대없이 처신하는 유명인들 때문에 인쇄매체의 영향력이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
결론 : 인쇄매체는 간단명료한 사안에 약하고 복잡하거나 늘어지는 사안에 강하다. 그리고 장기적인 프레임형성에 예술가적 기질이 있다. 그 토대에는 프레임과 정기구독자, 그리고 부화뇌동하는 기회주의자들이 존재한다.
4. 가위, 바위, 보
먹이사슬의 상층에 존재하더라도 결국엔 미생물의 먹이가 되는 것처럼 세상에 존재하는 것 중 모든 것의 최상은 없다. 당연히 천적이 있게 마련이고 장점이 있으면 단점이 있게 마련이다.
매체는 그밖에도 많다. 흔히 말하는 인터넷공간도 매체이고 술자리의 방담이나 친구에게 보내는 문자 핸드폰도 매체다. 거론할 수 있는 것들을 둘러보고 나면 답이 보이지 않을까? 다음은 쌍방향 매체에 대해서 논한다.
ⓒ 가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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