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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탓과 제도탓을 하는 노무현의 용기...서프라이즈 펌...흐름... 2007. 1. 29. 07:51
막노동판에서 똑똑하다는 평판을 얻으려면 남탓을 하거나, 제도나 상황에 대한 이유를 대지 않고도 문제를 해결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런 능력을 소유하려면 정직해서는 안된다. 임기응변에 능해야 하며 부도덕한 행동이나 거짓말도 능수능란하게 해야 한다. 일에 대한 강약조절을 할 줄 알아야 하며, 사람들의 심리를 파악하는 능력도 있어야 한다. 그러면 사실 대단한 능력도 아닌데 능력있는 사람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
어렵고 힘든 난관에 부딪혀도 평상시의 노동능력과 별 다르지 않게 보여야 한다. 나도 이판에서 살아남기 위해 이런 노력을 많이 한다. 남들이 이런 핑계 저런 핑계를 말하면서 작업의 어려움을 호소할 때, 그 곤란거리를 치워버리고 보기좋게 작업을 빠른 시간안에 해치운다. 그러면 사람들은 칭찬을 한다. 그리고 자만의 기쁨을 누린다.
그런데 이런 작업의 능력을 만들어내려면 다른 작업자들을 속이거나 그들을 무력하게 만들어야 하며 평상시에는 평균이하의 노동의 동력을 유지하다가 난관에 직면할 때는 평균을 웃도는 동력을 사용해야 한다. 대단히 유능한 사람처럼 보여진다. 간단히 말하면 군대식으로 밀어붙히면 된다. 안되는 일이 없다. 안되면 도둑질이나 거짓말이라도 해야 한다.
그러기에 사람들은 환경탓, 제도탓, 남탓을 하는 사람들을 무능력자로 낙인 찍는다. 실제로 그런 사람도 있다. 열심히 일하지 않고 자신의 알리바이를 만들기 위해서 탓을 하는 사람이 실존하기 때문이다. 이런 탓에 사람들은 탓하지 않고 열심히 어려운일도 척척해내는 사람들에 대해 호의를 보이지만 핑계를 대거나 탓을 하는 사람들에게는 경멸을 보낸다.
노무현 대통령도 이런 비난에 직면해 있다. 이는 주로 보수언론들이나 한나라당이 선도를 하며 이런 탓의 거부문화에 익숙한 국민들에게 실제로 먹혀들고 있는 것이다. 과거 권위주의 정권에서는 남탓을 하지 않았다. 그대신 자신들의 목적을 위해 부도덕한 수단도 마다하지 않았다. 비판을 하는 언론을 탄압하거나 반대자들에게 물리적인 제재를 가하는 등 장애물을 치워가며 자신들의 뜻대로 국정을 운영했다.
그러기에 그들은 남탓을 할 필요성이 없었다. 오히려 반대하는 민주화 인사들을 남탓만하는 한심한 사람으로 매도하였던 것이다. 이런 군사문화는 결과중시풍토를 만들었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목표를 달성하려 했다. 그래서 그런지 보수적인 사람들은 지금도 이런 사고방식으로 모든 것을 판단하려 한다.
김영삼, 김대중 前 대통령과 같은 민주정권도 이런 탓 거부문화를 거스르지 못하고 권위주의체재를 답습하며 국정을 운영하려 했다. 잘못된 제도나 언론환경같은 핵심적인 부분을 짚지 못하고 이런 장애물을 막강한 권력기관을 동원해서 해결하려 했던 것이다. 지금 불거지고 있는 안기부의 도청사건이나 정경유착, 권언유착을 통해 길들이고 회유,협박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 했던 것이다.
그러나 결국 양김도 잘못된 제도나 언론환경을 극복하지 못함으로 인해 임기말에 직격탄을 맞게 되었고 마침내는 찍소리내지 못하고 임기말을 언론이 선동하는 국민여론의 비난포화속에서 '잘못했습니다.'를 반복하며 자아비판에 괴로워하는 반동분자처럼 '살려만 달라!' 는 심정으로 죽어 조용히 살았던 것이다.
그런데 노무현대통령은 그러지 않는다. 자기가 소유하고 있는 권력은 쌈싸서 휴지통에 집어 처넣어버리고 언론탓을 하고 제도탓을 하며 언론을 개혁해야 하며 부당한 비판에 맞서야 한다고 말하며 문제있는 제도를 고쳐야 한다고 말한다. 임기말에는 당연히 레임덕에 시달리며 '나 죽었오'하며 살아야 하는데 임기 끝나는 날까지 할 일은 하고 할 말은 하며 대통령직을 수행하겠다고 한다.
그러니 과거의 사고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한 언론이나 이들의 정보를 근거삼아 비난하는 국민들의 눈에는 당연히 노무현 대통령이 남탓이나 하는 무능한 대통령, 오만한 대통령, 이상한 대통령으로 인식될 것이다. 그러기에 노무현 대통령에게 화를 내며 혀를 차고 조롱을 서슴치 않는 것이다.
몇일 전에 최장집교수의 한겨레 인터뷰를 보면서 이분도 이런 사고방식을 벗어나지 못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스치고 지나갔다. 노무현 대통령의 언론탓과 제도탓에 대해 환원주의, 치환, 알리바이같은 용어를 동원해 비난하는 방식이 조중동의 프레임과 너무나 비슷하기 때문이다. 이분도 노무현 대통령이 자신의 잘못을 변명하기 위해 언론탓 제도탓을 하며 개헌을 내세우고 언론개혁을 내세운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개헌제의나 대연정, 지역주의타파와 같은 노무현대통령의 주장이 민주적 리더쉽이나 준비되지 않는 리더쉽, 정권과제의 추진력 결핍 등을 감추기 위한 호도책으로 보는 시각이 어쩌면 그렇게 보수적인 시각에서 한치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지....87년 민주주의체재가 난관에 부딪힌 것을 노무현정권의 능력으로 결론을 내리며 방법론의 문제점을 제기하는 방식 또한 과거 목표지상주의 결과지상주의론과 어쩌면 그렇게 똑같은지 참....
나는 이분의 주장을 차곡히 씹어봤다. 잘근잘근 씹어봤다. 내가 내린 결론은 이분은 정치학자이지만 사회현상에 대한 식견이 조금 모자라지 않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모든 것을 정치역량의 잣대로 바라보려는 편협함도 보였다. 과연 최장집은 지금의 한국인들의 의식구조와 사회구조를 제대로 알고 있는지 의문이 들기도 했다.
최장집이 주장하는 노무현의 환원주의에 대해서도 깊히 생각해 봤다. 독재 대 민주의 구도가 지역구도로 바뀌어 정치현상으로 나타나는 것은 엄연한 현실이 아닌가? 노무현 대통령은 우리정치를 '지역구도'라는 정치지형으로 환원한 것은 사실이며 이를 극복하기 위해 대연정이나 개헌과 같은 것으로 치환한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나는 이런 노무현의 정치실험이 최장집교수가 주장하는 것처럼 점진적인 민주적역량을 축소시키는 파괴행위인가?에 대해서는 분명히 반대입장을 가지고 있다. 최장집교수의 글이 보통사람들이 이해하기 어려운 면이 있어 좀 쉽게 설명하고자 내가 하고 있는 막노동의 경우로 반론하고자 한다.
내가 작업의 목표를 정당하게 달성하기 위해서 정직함을 고수하면서 창의적인 방법을 고안하여 성공할 수 있는 여건이 되어있는 상태인데도 이를 하지 못했다면 나는 분명히 남탓을 하거나 환경탓을 하는 무능력자일 것이다. 그러나 그런 여건이 되지 못하여 우선 작업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기반조성이 필요하다며 환원적인 제안을 했다면 그것은 아주 필요한 작업이 될 것이다.
새치기를 하지 않고 거짓말을 하지 않고 도둑질을 하지 않는 정상적인 수단을 이용해 창의적인 생각을 가지고 임했는데도 구조적인 한계에 봉착해 하지 못했다면 당연히 나는 구조적인 문제점을 거론하며 이것이 해결되어야 일의 능률이 오를 것이라고 주장할 것이다.
비록 그것이 작업의 능률을 극대화시키는 여러가지 방법중에 하나일지라도 그것이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한다면 설사 그 주장이 환원주의적 발상이라 하더라도 그것은 현실적으로 가장 효율적인 방법일 것이다.
지역구도해체와 87체재의 산물인 단임제를 극복하기 위한 개헌이 우리 정치적 과제들을 풀어가는데 있어서 점진적인 민주적방법이 아닌 환원적이며 치환적인 행태라 하더라도 우리국민의 의식과 사회구조로 인해 해결되지 않는 것이 현실이라면 이것은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우리의 언론이 바람직한 의제를 설정하지 못하고 훈장질의 수준 그것도 반칙과 왜곡의 흉기를 이용하여 길들이려는 현실과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는 기득권세력 반칙에 호루라기를 불지 않는 우리사회의 분위기, 지역구도에 매몰되 선거때마다 고질적으로 나타는 정치현실 속에서 과연 민주주의가 과연 제대로 성장할 수가 있는가?
최장집은 그럴수 있다고 믿는 것 같다. 그러기에 그는 그의 머리속에서 이상적인 구도를 그려넣고 그곳에 노무현을 끼워넣다보니 노무현의 정치행태가 못마땅한 환원주의적 행동으로 보일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이상일 뿐이다. 우리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결국 집중과 선택을 통한 영향력 확대를 통한 방법이 필요하며 이는 충분히 시도할 만한 것이며 국민들의 역량이 따라준다면 성공할 가능성도 있다. 판위에서 해결이 안되는 것이 현실이라면 판을 바꾸는 방법이 필요한 것이다. 최장집은 지역구도가 완화되었다는 객관적인 근거를 제시하지 못하면 지역주의가 완화되었다고 주장하며 노무현의 이런 시도를 정치적행위로 격하시키고 있다.
그러면서 노무현의 능력부족으로 폄하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노무현대통령은 그가 대통령이 되기 이전부터 지역구도타파를 외쳐온 정치인이며 이런 정치판이 이념적인 지형으로 바뀌어야 비로소 민주주의가 뿌리를 내리며 최장집이 원하는 민주적역량의 물줄기가 뚫린다고 생각한 것이다.
노동의 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임기응변에 능한 몇사람을 흉내내는 것으로 기준을 삼아서는 안된다. 작업의 준비나 건설현장상황, 비효율적인 작업환경 등에 대해 집중적인 개선을 해야 만이 특출한 몇사람에 의해 작업이 선도되지 않고 전체적인 노동향상이 올 수 있는 것이다.
결국 노무현대통령은 이런 현실을 가장 정확하게 보고 있는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은 판을 전체적으로 보고 마지막 수까지 복기하고 있는데 반해서 최장집은 몇몇 묘수에 집착하는 협해한 생각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민주주의가 기형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지역적정치지형과 언론환경 사회의식에 대해 주목하고 이것을 지적하고 공론화 시켜야 하는 것이다.
많은 정치인들이 이런 용기있는 행동을 하지 못했다. 결국 남탓하는 것으로 부메랑되어 돌아올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정치인 한사람 뛰어난 정치지도자 한사람에 의해서 이런 문제가 해결될 수 없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비난이 무서워 공론화 시키지 못했다.
그러나 누구라도 꼭 해야 할 일들이다. 왜곡된 우리사회의 소통구조, 사고구조, 미흡한 제도에 대해 잘못을 지적하고 이를 시정하자고 소리치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 제도탓 남탓하지 말고 니가 능력을 보여라! 라고 아무리 소리질러도 그렇게 한다고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고 말해야 한다. 대통령 혼자 해결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라고 말해야 한다.
언론을 구워삼아서 해결한다고 해결되는 것인가? 권력기관을 동원해 목적을 달성한다고 근본적으로 해결되는 것인가?에 대해 국민에게 질문을 던져야 한다. 왜 지역구도가 나쁘다고 말하면서 지역구도에서 벗어나오지 못하냐?고 국민탓을 해야 한다. 왜 자신의 사주나 정치적 영향력에서 벗어나지 못하느냐?고 언론탓을 해야 한다.
왜 개헌을 해야 한다고 말하면서 개헌을 지금해서는 안되냐?고 탓을 해야한다. 그리고 이를 시정하고 바꾸고 개혁해야 한다고 말해야 한다. 환원주의 운운하면서 독선 운운하기 전에 과연 지금의 판에서 장미는 꽃피울 수 있는지 최장집에게 말해야 한다. 대안을 제시해보라고. 최선이 아니면 차선은 안되는지, 왜 안되는지를 물어야 한다.
국민에게, 최장집에게, 언론에게 말해야 한다. 사기치지 말라고 말해야 한다. 대통령이 변한다고 우리나라가 사는 것이 아니라 국민이 변해야 하며 언론이 변해야 산다고 말해야 한다. 대통령은 모든 것을 버리고 국민에게 나갈려고 하는데 왜 국민들은 버리지 못하고 대통령을 향해 입만 벌리느냐?고 말해야 한다.
떨어지지 않는 감을 향해 입벌리고 있는 것은 쓸데없는 일이라고 말해야 한다. 결과가 중요하고 진정성이 없어도 결과를 도출하는 것이 정치라고 떠드는 최장집에게 그렇게 도출한 결과 때문에 민주주의가 퇴보한 것을 왜 모르느냐?고 말해야 한다. 반칙을 당하면서도 이겨야 하는데 이기지 못한 세계최강의 우리 핸드볼 선수들에게 비난을 가하는 것보다 반칙의 문화를 청산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말해야 한다.
도덕을 정치 전면에 내세운다고 비판하는 먹물들에게 모래성 위에 건물을 지으면 무너진다는 말을 해야 한다. 전제와 기본이 되지 않는 현실을 무시한 비판자들에게 말해야 한다. 먼저 기본을 갖추어야 백년대계를 할 수 있다는 기본적인 진리를 깨달으라고.
용기있게 남탓 제도탓 언론탓을 하는 노무현대통령에게 박수를 보내야 하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다.
ⓒ 여우사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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