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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약사발은 걷어차고 사탕만 집어먹은 '국해의원'들...서프라이즈 펌...
    흐름... 2007. 4. 4. 09:01

    국민연금제도는 1988년부터 시행되었는데 관련 법률이 만들어진 건 1987년이었다. 흔히들 노태우가 만들어서 노태우가 시행한 줄 아는데 그게 아니다. 전두환이 만들고 노태우가 시행했다.

    전두환 행정부가 애초에 설계한 국민연금안이 아예 엉터리는 아니었다고 전해진다. 그것이 국회로 넘어가면서 미치기 시작한다. 받는 돈이 용돈수준이어서는 안되고 월급에서 떼는 돈은 적어야한다는 지극히 모순된 요구를 다 충족시키다보니 3%를 내고 70%를 받는 엉터리 국민연금제도가 만들어진다.

    구체적인 수치로 예를 들어보자. 월급 300 만원 받는 사람이 퇴직할 때까지 매월 4만 5천원만 내면(회사가 절반을 부담하므로) 퇴직 후 죽을 때까지 매월 210 만원을 받는다는 것이다. 이건 사기성 금융피라미드 회사가 내세우는 조건보다 더 좋다. 한나라당의 전신인 민정당이 1987년 대선을 의식하여 벌인 사기극이었다. 그 당시의 정황을 상세히 파보면 당시 야당들의 책임도 있을 것이다.

    문제투성이로 출발한 국민연금은 당연히 개정에 개정을 거듭한다. 앞 정권은 먹고 튀고 뒷 정권은 설거지하느라 주부습진에 걸리는 형국이었다. 이래서 한국은 아직 정치후진국이다. 다음 정부를 고려하지 않는 정부가 어느 선진국에 있겠는가? 테디베어님이 언급한대로 한국과 일본은 정치와 교육면에서는 아직 후진국이다.

    사람 맘이라는 게 아주 이기적이다. 처음에 내고 받기로 약속한 양이 지극히 비합리적인 것이라도 약속한대로 나중에 안 되면 불만이 생긴다. 그래서 국민연금개혁은 항상 누구도 떠맡기 싫어하는 과제가 되었고 그런 상황에서 유시민 장관이 해당 과제를 맡았다.

    복지부가 연금개혁안을 내놓자 한나라당은 기초연금제를 내세운다. 한나라당이 처음에 내세운 기초연금법안은 65세 이상의 노인 중 하위 80%에게 국민연금 가입자 평균소득월액의 20%(2008년 기준 약35만원) 지급하자는 내용을 골자로 했다. 국민연금 사각지대에 있는 노인들을 배려하자는 취지다.

    취지는 지극히 옳지만 문제는 역시 재원이다. 입만 벌리면 감세를 주장하는 한나라당이 엄청난 재원을 필요로 하는 기초연금제를 주장한 것이다. 정신분열이다. 1987년에 벌인 사기극만큼이나 터무니없는 짓이다. 한나라당의 전신이 벌여 논 사기극의 결과를 수습하기는커녕 역대 정부들이 그동안 대충 수습해놓으니 또 엉망으로 만들겠다는 이야기다. 정말 명실상부한 '국해의원'들이다.

    한나라당 정형근이 수정동의안을 본회의에 상정할 것이라는 이야기가 3월 초에 흘러나왔고 그 소문대로 4월 2일 본회의에서 수정안을 상정했다. 복지위와 법사위에서 정부안을 바탕으로 조정한 법안을 반대했으니 예상가능한 행보였다.

    한나라당이 상정한 수정안은 65세 이상 전체 노령인구의 하위 80%에게 2008년부터 국민연금 가입자 평균소득월액 5%를 주기 시작하여 오는 2018년까지 10%로 상향하는 기초연금을 도입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보험료는 현행 9%를 유지하는 대신 수급율은 2008년 50%에서 2018년까지 40%로 낮추자는 게 이들의 입장이다.

    복지부는 이에 대해 2008년에는 국내총생산의 0.4%(3조8000억 원)의 예산이 소요돼 큰 문제가 없지만 시간이 갈수록 재정부담이 늘어나 2030년 4.1%(147조원), 2050년에는 무려 6.5%(502조원)이 소요돼 국가전체의 재정구조를 개편하지 않는 한 이 제도의 시행이 불가능하다고 반박했다.

    한나라당은 해당 법안에 대해 고령화 추세 등을 고려하여 2050년 정도까지 모의실험(시뮬레이션)을 해보았는지 궁금하다. 더군다나 공론의 장에서 충분한 토론과 검토를 하지도 않고 수정안을 본회의에 불쑥 상정했다.

    놀라운 것은 민노당의 행보였다. 민노당 현애자 의원이 한나라당 수정안을 설명하는 기자회견을 가졌다.

    외형상으론 수구와 진보가 정치이념에 상관하지 않고 정책적으로 보조를 맞춘 걸로 보이지만 알고 보면 그렇지 못하다. 공개적 토론 없이 한나라당과 밀실에서 합의한 후 수정안을 본회의에 상정하는 졸속입법행위를 한 것이다.

    무지함과 무책임함을 바탕으로 수정안을 어설프게 검토하고 한나라당의 대선용 선심정책 펼치기를 방조했다. 묻지마관광객의 관광버스춤과 여중생들의 무용수업이 한 무대에서 펼쳐지는 것처럼 부조화스럽다.

    4월 2일 본회의에서 패키지라고 말할 수 있는 국민연금법개정안과 기초노령연금법안 둘 중 기초노령연금법안만 가결되었다. 국민들이 반기지 않을 국민연금개정안은 부결시키고 국민들이 좋아할 기초노령연금법안만 통과시킨 것이다.

    기초노령연금법안의 내용은 한나라당이 처음에 주장한 것이지만 정부예산이 감당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수용하여 성사된 것으로 국민연금개정안과 직접적으로 연동하는 법안이다. 국민연금법 개정에 따르는 국민들의 불만을 상쇄할 요인이었다.

    입에 쓴 한약과 사탕을 동시에 주었더니 약사발은 걷어차고 사탕만 낼름 집어먹은 꼴이다. 만약 이 문제가 차기 국회로 넘어간다면 해결하기 더욱 어렵다. 17대 국회가 사탕을 미리 먹어버렸고 고양이 목에 방울을 매달겠다고 나설 복지부 장관이나 복지위 국회의원이 있을지 의문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역시 국회다. 국회는 언론과 더불어 대한민국의 발목에 매달린 쇳덩이다. 대한민국의 전진을 더디게 하는 존재들이다. 이것들을 혁명적으로 개혁하지 않으면 대한민국은 제 속도로 발전하지 못한다.


    ⓒ 처20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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