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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근태 선생님께!...서프라이즈 펌...
    흐름... 2007. 5. 7. 03:52

    부실한 두목 지키다 사망할 쓸만한 물건들을 위해

     

    존경하는 김근태 선생님, 갑자기 이렇게 생뚱한 존칭을 쓰다 보니 컴을 두드리는 제 손가락 끝이 간질거리지만, 일단 잡고 계신 후까시에 상관없이 사전적인 의미로 미루어 먼저 태어 나셨으니 무리가 없어 보입니다, 이 공사다망한 정국에 얼마나 노고가 많으십니까.

     

    사실 김선생님이 FTA에 맞서 장렬하게 단식을 하든 아니면 찬물에 발담갔다 뺐다 하시든 워낙 손가락이 게을러서 기사 열어서 읽어볼 엄두도 나지 않았으나, 하도 사람들이 근태 나간다고 환호작약 하길래 문득 생각나는 곳이 있어서 보따리 싸들고 다녀온 곳이 있습니다.

     

    87년의 전설, 이인영의원님. 제게는 까마득한 선배이시고, 그 화려했던 전대협 1기 의장님의 전설만 들어도 가슴이 쿵당거리던 시절이 순간 스치고 지나가서 그 분의 글들이 담겨있는 구로사랑을 방문하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차라리 가지 말았어야 했는지도 모릅니다. 다른 386의원들과는 달리 조용히 업무에 최선을 다하신다는 근황을 접했기에 전 거기서 만족해야 했는지도 모릅니다. 이미 맛이 간 임종석과는 다른 치열한 정국분석을 숨어 있는 공간에서 묵묵히 하고 계시는 모습을 기대하며 찾아간 그 곳에서 전 이인영님이 남기신 e-note를 보고 그만 눈을 감고야 말았습니다.

     

    정운찬의 퇴진에 가슴 아파하는 이인영님의 모습을 뵈리라고는 전 상상도 못했습니다. 87년 거리에서 희생된 동지들을 대신해서 울던 바로 그 펜으로 이인영님이 정운찬을 위해서 울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순간 순간 변화하는 여론의 압력을 못이기고 허약하게 명분을 버리고 실리를 쫒고자 하는 이미 퇴락한 정치인이 되어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전 망연자실 했습니다.

     

    `이인영'은 결코 한 개인의 이름이 아닙니다. 정말 올곧은 한사람을 조각해 내어 이 땅의 민주화를 이루고자 희생한 그의 선배, 친구 그리고 후배들의 이름입니다. 전 오늘 다시 그 한 사람을 보내야 하는, 하지만 그 이름과 함께 떠내려갈 무명의 민주 투사들의 넋을 생각하며 미련하게 `이인영'을 버리지 못하고 이렇게 컴 앞에 앉았습니다.

     

    존경하는 김선생님, 어느덧 님은 왠만한 거물들이 은퇴한 이 형국에 재야의 주장이라는 간판을 걸고 정치를 했습니다. 그런데 어느새 님이 가지고 있던 자산도 다 까먹고 재야라는 깃발에도 먹칠을 하고 이제는 그것도 모자라 님 하나만을 바라보고 의리를 지키겠다는 후배들의 생명까지 초토화 시키고 있군요.

     

    전 지금으로써는 정치인 김근태가 이인제가 되든 아니면 조순형이 되든 상관하지 않으나 제발 죄 없는 재야 후배정치인들의 정치 생명까지 밟아 놓고 가지는 마시기 바랍니다. 일단 죄의 출발은 담그지 말아야 할 물에 몸을 의지한 그들의 잘못이지만 함께 고통받은 추억이 있는데 그게 쉽게 원칙으로 갈라설 수 있었겠습니까.

     

    김선생님, 이 혼란스러운 정국에 정신이 없는 줄은 잘 알지만 어떻게 조용히 혼자서만 자폭할 의향은 없으신지요.

     

    최근에 언어 바로잡기 켐페인이 한창인 것으로 아는데 `범여권'이라는 정의의 실종과 함께 재야의 수장 `김근태'라는 수식어의 제거작업도 함께 병행해야 한다고 여겨집니다. 어떻게 지금까지 김선생님이 보여준 정치가 민주화를 위해 공포에 떨며 피흘린 투사들의 넋을 위로한 행보라고 할 수 있습니까.

     

    저 사실 간판따려고 무진장 공부했습니다. 하지만 저 아직 그 간판 가지고 인맥 만들어서 내 몫 챙기려고 용을 쓴 적은 없습니다. 저 한테 밥 사주는 선배님들이 고맙기는 하지만 전 르마뜨례 계열이라고 착각하며 살고 있습니다. 자신의 계열이 함께 대오 짓던 짝짓기라고 생각하는 유아적 사고로는 감히 재야의 큰줄기를 이름할 수 없습니다.

     

    `재야'는 군홧발에도 밟히지 않던 의연한 민족 정기의 다른 이름이고 단지 그 순간에 함께 고통받았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끼리끼리 모여 한세상 잘 살아 보자는 정치 모리배의 작당이 아닙니다. 노무현이 단지 당신들처럼 민주화의 훈장을 달지는 않았을지언정 그는 새로운 시대가 요구하는 또 다른 시대정신입니다. 노무현이 당신들이 뿌려놓은 달콤한 민주화의 열매만 딴다는 피해의식에서 벗어나 당신들을 거리고 내몬 그 정령이 다시 노무현이라고 인물을 선택하여 수구들의 입속으로 던져 놓은 것에 불과하다는 것을 깨닫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우리 민족에게 여전히 천운이 있어 그 무시무시한 곳에서 저 사람 혼자 저렇게 꿋꿋하게 서서 싸우고 있습니다. 이제 우리에게는 다른 소명이 있습니다. 소명이 있는 곳에 인재가 있게 마련이고 가장 적합한 인물을 찾기까지 우리는 아주 많은 인력풀을 가동할 필요가 있습니다.

     

    존경하는 김선생님, 전 아직 과거 민주화 운동전력을 가지고 당신밑에 줄 잡고 앉아 있는 운동권 출신 의원들에 대한 희망을 잃지 않고 있습니다. 그들이 지금까지 살아 남은 것은 분명 앞으로 그들이 짊어 져야할 시대의 짐이 있기 때문이라고 믿습니다. 아직 늦지 않았습니다. 김선생님 가오가 좀 구겨져서 도저히 노무현에게 고개 숙이고 들어가는 것은 용납되지 않는다는 것은 알지만 앞으로의 시대는 분명 포스트 김근태의 시대가 아니라 포스트 노무현의 시대입니다.

     

    제발 부탁드립니다. 데리고 있는 애들 시대정신에서 탈선하지 않게 이제 좀 버려 주세요. 그렇게 바지가랑이 잡고 있으면 그 사람들 나가도 병신되고 남아도 배신자됩니다. 김선생님! 당신같은 사람 하나 믿고 여기까지 흔들리지 않는 대오로 당신을 지켜 준 그 후배들이 기특하지 않나요. 그 흔들리지 않는 대오로 노무현을 사수했다면 지금 우리가 이런 수세에 몰리지 않았을지도 모릅니다.

     

    김근태 선생님, 님은 이 땅의 민주화를 위하여 죽음의 그림자가 엄습하는 고문실에서도 뜻을 굽히지 않고 견뎌내셨습니다. 분명 역사는 그것을 자랑스럽게 기억할 것입니다. 하지만 이제 이 시대는 또 다른 이름과 희생이 필요한가 봅니다. 비켜서야 할 때 비켜서지 않으면 시대의 수레바퀴아래 매몰되고 맙니다.

     

    이제 여기까지 입니다. 여기서 더 욕심을 내면 당신을 따르는 우리들에게도 소중한 인재들이 모두 당신을 따라 사망하고 맙니다. 그건 바로 그들을 만들어 낸 수많은 이름없는 자들의 목숨값을 휴지 조각으로 만드는 일입니다.

     

    김선생님 이제 시간이 왔다고 여겨집니다. 이제 그만 줄을 놓고 당신을 따르는 후배들을 노무현에게 던져 버리기를 바랍니다. 그들이 진정으로 노무현을 극복하는 길은 시대가 가는 길목을 지키고 있는 그를 넘어서야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반드시 승리합니다.

     

     

    ⓒ c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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