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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겨레에 보내는 ‘쓴소리’ <2> 개헌 보도...청와대브리핑펌.
    흐름... 2007. 4. 23. 04:28

    왜 ‘21세기판 긴급조치’에 편승했습니까

    한겨레답지 못했습니다. 적어도 개헌을 보는 한겨레의 눈은 정직하지 않았습니다. “개헌, 여론 지지 없으면 접는 게 순리”라는 훈수는 구태의연한 ‘여의도 정치평론’이지 정론은 아니었습니다.

    “국가운영의 장래를 결정하는 사안을 두고…논의 자체를 거부하는 것은 책임있는 태도가 아니다. 여야는 국익 차원에서 개헌 문제를 차분하고 진지하게 검토하길 바란다.” (‘개헌, 당리당략 아닌 국익차원에서 논의를' 사설 中. 한겨레신문 1월 10일자)

    한겨레는 대통령의 개헌 제안 다음날 정치권에 이렇게 충고합니다. 맞는 말입니다. 한겨레의 권고대로 국익을 놓고 개헌의 시시비비를 명확히 가려볼 참이었습니다.

    개헌 제안 3일만에 ‘접으라’…과연 정론인가?

    그런데 그게 끝이었습니다. 한겨레는 같은날 ‘개헌 띄우며 대선 틀짜기…임기단축 배수진?’ 등 정략적 관점의 해석을 앞세웁니다. ‘정국 흔들어 레임덕 돌파’(조선) ‘판뒤집어 정국 주도권 잡기’(중앙) ‘재집권 프로그램 가동됐나’(동아) 등 보수언론의 낡은 시각과 차이가 없습니다.

    이틀 뒤 한겨레는 “여론이 수용하지 않으면 접을 줄 아는 게 지도자의 덕목이자 용기”라며 개헌 공론화에 쐐기를 박습니다. (‘개헌론, 여론지지 없으면 접는 게 순리다’ 사설 中. 한겨레신문 1월 12일자)


    개헌 제안 3일만의 일입니다. 개헌은 국민의 50% 이상이 지지하고, 국가 장래에 큰 영향을 미치는 문제입니다. 더구나 개헌을 추진하는데 20년에 한 번 있는 적기입니다. 이런 사안을 놓고 제안된 지 불과 3일만에 접으라는 게 과연 정론인지 묻고 싶습니다.

    한겨레가 주장한 건 ‘개헌 얘기하지 말라는 것’

    우리가 문제 삼는 건 한겨레의 ‘개헌 반대’가 아닙니다. 찬성이든 반대든 좋습니다. 올해 하자고 주장했지만, 내년에 하자는 주장도 막을 일은 아닙니다. 엄밀히 말해 한겨레가 주장한 것은 ‘개헌 반대’, ‘내년 개헌’이 아니고 ‘개헌, 얘기하지 마라’였습니다. 박정희 정권 때의 긴급조치가 희대의 악법인 이유는 바로 ‘개헌에 대해 얘기하지 마라’는 폭력 때문이었습니다.

    ‘가치와 논리’ 없는 ‘묵살의 카르텔’이 문제

    사람들이 정략이라고 생각해 지지하지 않는다는 게 이유입니다. 물론 개헌 제안 당시 차기 정부 개헌 여론이 우세했던 건 사실입니다. 그러나 개헌 자체에 대한 찬성 여론이 60%, 올해 개헌 찬성 여론이 40% 수준이었습니다. ‘얘기하지 말아야 할 정도’는 아니었습니다. 적어도 한달 이상은 개헌이 왜 필요한지, 어떤 개헌이 필요한지, 언제 하는 게 좋은지 깊이있는 공론의 과정을 거쳐야 할 사안이었습니다. 그 공론의 결과로 ‘이제 접는 게 순리’라고 하는 게 옳았습니다. 3일 만에 여론 조사 한 두 건 가지고 할 얘기는 아니었다는 겁니다.

    문제는, ‘가치와 논리’를 가지고 토론 한번 제대로 진행하지 않은 채 입을 막아 버린 ‘묵살의 카르텔’입니다. 그 21세기판 ‘긴급조치’에 한겨레마저 아무 생각없이 몸을 실었습니다. 우리는 이 점에 대해 항의합니다.

    “우리 사회는 백만의 부수를 주장하는 여러 신문... 수십만 부를 넘는수많은 언론매체를 갖고 있습니다. 우리가 굳이 새 신문을 창간하고자 하는 것은 국민의 목소리와 민족의 양심을 대변하는 바르고 용기있는 언론이 없기 때문입니다.” (한겨레신문 창간발기선언문 中)

    한겨레에 기대한 건 시류 편승 않는 ‘대의와 용기’

    용기있는 언론을 다시 생각해 봅니다. 시류에 편승한 정치평론이 한겨레의 대표 주장이 된 배경에는 혹시 ‘노무현을 편든다’는 세간의 시선이 작용했는지 모르겠습니다. 국민의 목소리와 민족의 양심을 대변하는 것에도 용기가 필요하지만 시류에 편승하지 않는 것도 대단한 용기가 필요한 일입니다.

    여론의 지지에 대해서도 생각해 봅니다. 한겨레가 디뎌온 정론의 길이 늘 숫자싸움에서 유리했는지도 돌아보길 바랍니다. 현실에서 크게 환영받지 못해도 미래를 말하는 것, 시류를 거스르더라도 ‘대의와 논리’를 가지고 치밀하게 따지는 것, 우리가 정론지에 기대하는 것은 바로 이런 것입니다.

    숫자가 한겨레의 잣대라면 한미 FTA를 보는 한겨레의 시선이 과연 국민여론에 가까운지도 살피시길 바랍니다. 여론이 수용하지 않으면 한겨레의 시각을 바꿀 건지 여부도 고민해 주셔야 합니다. ‘여론 지지 없으면 접는 게 순리’라는 사설 밑에 ‘점유율 낮으면 신문사 접는 게 순리’라는 인터넷 댓글이 수없이 달린 것을 기억하실 겁니다. 접으라고 한 얘기는 아니겠지만 한겨레의 ‘개헌 묵살’에 대한 통렬한 항의라고 생각합니다.

    개헌 보도, 취재보도준칙에 적합했는지 되짚어 보길

    한겨레는 지난 1월 언론사로는 가장 먼저 ‘취재보도준칙’을 발표하며, 공론의 몰락, 신뢰의 위기를 지적한 바 있습니다. “언론, 특히 신문이 신뢰를 잃었다”며 깊은 자성의 목소리를 내기도 했습니다.

    한겨레는 이번 개헌 보도가 ‘충분한 취재와 보도’, ‘논쟁중인 사안을 다룰 때 균형을 잃지 않을 것’을 적시한 보도준칙 제6조와 제7조에 충실했는지 되짚어 보시길 바랍니다. 공론이 사라지고, 침묵만이 남은 이번 개헌 보도가 신문위기의 또 다른 모습은 아닌지도 고민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한겨레가 반대한 건 개헌이 아니라 ‘개헌에 대한 공론’

    다시한번 강조하지만, 이번에 한겨레가 반대한 것은 ‘올해 개헌’이 아니라, ‘개헌에 대한 공론’이었습니다. 한겨레가 정론의 길을 가려고 하는 한 두고 두고 짐이 될 것입니다.


    대통령비서실 홍보수석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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